지난달 25일 세계적인 지도 제작업체 및 자연관련 잡지회사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국내의 한 비정부기구(NGO)에 E메일을 보내왔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위치한 바다 이름을 놓고 일본해라고 표기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항의메일을 보낸 이 단체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이다.
직업외교관을 비롯한 정부조직이 해내지 못한 일을 성사시킨 NGO는 다름아닌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못한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결성된 단체다.
무명의 NGO에 불과한 반크가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까닭은 무엇일까.
반크는 광복절을 즈음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여전히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조직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무조건 고쳐달라’는 막무가내식 주장으로는 뜻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반크는 국정홍보처 해외홍보국으로부터 동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료를 제공받아 광복절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E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이 회사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압박해오는 반크의 활동에 밀려 결국 동해 표기를 수락했던 것.
반크의 웹마스터 박기태씨(26)는 “정부도 하기 어려운 일을 성사시켜 기쁘다”면서 “풀뿌리 민간외교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반크의 국내 회원수는 4500여명. 교포 2,3세들로 구성된 해외 회원도 1000명에 육박한다.
외부 지원이 없어 회원 가입시 1만∼2만원의 평생회비를 받고 있으나 꾸준히 사이버 민간외교관 지원자가 몰려드는 실정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40대 가정주부까지 직업과 나이도 각양각색.
현재의 반크가 있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반크의 시초는 지난해 5월 유네스코가 한국에서 마련한 외국인 캠프. 해외교포 200여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해외교포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반크는 빠르게 성장했다.
네띠앙이 제공한 5메가 크기의 무료 홈페이지에서 보금자리를 틀었다가 방문자 증가로 독자적인 인터넷주소(www.prkorea.com)를 확보했으며 사무실이 없어 PC방과 대학시설을 전전하던 신세에서 현재는 11평 남짓한 작은 공간까지 마련했다.
반크의 다음 목표는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CNN에 E메일을 보내 동해 표기를 관철시키는 일. 이달 중순부터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반크 관계자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까지 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동해 표기활동외에도 해외 교포 및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한국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02―778―1771 webmaster@prkorea.com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