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장성들 “인터넷과 전쟁중”…실버넷운동 컴퓨터교육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19분


23일 오전 건국대 새천년관 3층 컴퓨터교육장.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강의실에 백발의 교육생 120명이 모여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다.

6명의 조교가 교육을 돕고 있기만 여기저기 쏟아지는 질문에 손이 부족할 지경. 건국대가 실버넷운동본부의 후원을 받아 실시중인 이 교육은 16일 처음 시작돼 이날이 두 번째. 11월초까지 매주 토요일 계속된다.

3개 반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원이 육사 18기 출신인 2반. 젊음을 전선에서 불사르고 대부분 장성으로 전역한 이들이 인터넷과 벌이고 있는 ‘별들의 전쟁’은 다른 반에 비해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안준부(安俊夫·63) 김영희(金榮姬·55)씨 부부는 여기서 배운 인터넷으로 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김씨는 “다섯살배기 손자에게 E메일을 보냈더니, 전화했을 때보다 훨씬 반가워했다”면서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 받는 재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나쁜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예방할 수 있어 인터넷교육이무척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무엇보다 큰 힘은 인터넷을 통해 동기생들의 결속력이 높아졌다는 점. 육사 18기 동기회는 4월 컴퓨터를 잘 아는 20여명이 모여 컴퓨터동호회를 결성하고 홈페이지까지 꾸며 단연 화제를 모았다.

동호회장을 맞고 있는 성하진(成夏鎭·60)씨는 “육사 1기부터 34기까지의 기수 중 홈페이지를 만든 기수는 18기가 유일하다”면서 “이번 컴퓨터 교육으로 인터넷 사용자수가 크게 늘어나 사이버 동기모임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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