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대 스탠리교수 "주가등락도 복잡계로 설명 가능"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59분


물리학을 하다가 뒤늦게 경제학연구를 시작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유진 스탠리 교수(59)가 한국에 왔다. ‘통계물리학은 경제학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18일 강연을 한 그를 서울대에서 만났다.

스탠리 교수가 경제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4년. 30년 가까이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던 통계물리학자가 고도로 복잡한 사회현상을 해석하려고 뛰어든다는 사실이 언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물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복잡계를 연구해 왔다. 어느 순간 우리는 복잡다단한 경제현상이 카오스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주가나 환율의 변동은 매우 무질서해 보이지만 복잡계로 해석하면 특정한 패턴이 반복해 나타난다.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많은 분자들의 상호작용에서 발견되는 법칙이 사람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자연현상에서도 개개의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의지는 알 수 없어도 그들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전체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스탠리 교수는 “어차피 경제란 ‘돈’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며 “얼핏 자유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은 사람의 경제활동도 ‘이익의 추구’라는 대원칙의 종속변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은 10명에 7명 꼴로 손해를 본다는 사실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개인은 정보와 판단력에서 전문가 집단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이므로 취미 이상의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수의 물리학자가 투자자문회사를 세워 놓고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왜 동료들처럼 회사를 세우지 않느냐고 묻자 스탠리 교수는 손을 내저었다.

“나는 돈을 버는데는 관심이 없다. 각종 경제지표는 풍부한 자료일 뿐이고 이것을 분석해서 숨어 있는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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