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원리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실제 칼을 휘두를 필요는 없다. ‘소울캘리버’를 해보면 된다.
일대일 대전 액션 게임은 전통적인 인기장르라서 꽤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개 맨몸으로 싸운다. 하지만 ‘소울캘리버’에서는 무기를 사용한다. 날카로운 비수, 일본도, 자기 키만한 도끼, 양손으로 잡는 큰 검까지 동서양의 무기들이 고루 등장한다.
손과 발로 싸울 때보다 정교한 기술의 맛은 떨어지지만 대신 공격과 방어의 스케일이 커진다. 게다가 다른 게임과 달리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커맨드 입력만으로도 멋진 기술이 나온다. 구경만 해도 시원시원하고 재미있다. 3D 게임 제작사 중 최고 기술을 갖고 있는 ‘남코’의 그래픽 덕분에 더욱 실감난다.
게임에 나오는 무기들의 길이는 모두 다르다. 무기의 범위 역시 마찬가지다. 닌자 ‘타키’가 쓰는 비수의 공격 범위는 팔 길이보다 약간 긴 정도다. 봉술을 쓰는 ‘키릭’의 공격 범위는 타키의 2배가 넘는다. 그렇지만 키릭이 타키보다 두 배 유리한 건 아니다. 타이밍을 잘 맞춰 상대의 품안으로 뛰어들어 버리면 길이가 긴 무기는 오히려 불리해진다.
게다가 긴 무기를 회전하려면 짧은 무기보다 오래 걸린다. 같은 시간내에 타키는 키릭보다 여러 번 공격할 수 있다. 바스타드 소드처럼 크고 무거운 무기는 더욱 느리다. 물론 일격필살을 노릴 수는 있다. 상대의 재빠른 동작에 제대로 된 공격을 못 하더라도 정확하게 한 번만 성공하면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
무기의 길이와 무게, 파워 등을 한꺼번에 생각하면서 상대의 움직임과 스텝을 읽는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어떤 순간 거리를 뚫고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틈을 얻는다. 그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오히려 반격 당한다.
훌륭한 그래픽, 잘 잡힌 밸런스, 개성있는 캐릭터, 비교적 손쉬운 조작, 완벽한 대전 액션 게임을 찾는다면 가장 비슷한 게 ‘소울캘리버’다. 하지만 오락실에 갈 때마다 동전을 넣게 만드는 건 거리와 타이밍의 긴장이다.
박상우 <게임평론가>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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