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생명코드 풀기]유전자조작 지능발달은 한계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최근 지능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소위 ‘지능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NR2B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동물에서 발견되는데 연상작용과 조건반사 등을 강화하는 신경단백질을 만든다.

이 유전자가 이식된 쥐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향상돼 보통 쥐보다 뛰어난 지능을 보였으며 연구진은 이 유전자의 활성을 촉진하는 약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또 영국 연구팀은 사람에게서 IGF―2R 유전자의 한 변이형이 높은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 과연 지능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유전자요법으로 좋은 지능을 갖게될 수 있을까?

지능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뇌의 능력에다 경험과 학습과 환경요인이 더해져 만들어진 복합물로서 기억력 창조력 판단력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복잡한 환경요인과 얽힌 유전자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천재의 가계가 2, 3대 밖에 안가는 것도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가 여러 개여서 한 자손에 모두 나타날 확률이 매우 낮으며 그 이후는 희석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성인자를 가졌다 할지라도 유전자는 100% 표현되지 않으며 또 표현의 정도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지능에는 환경적 요인도 똑같이 중요하다. 즉 어머니의 배려와 학습에 따라 지능발달에 중요한 뇌세포 연결 회로의 발달 정도가 달라진다.

학교성적과 지능은 상관관계가 있지만 졸업후 성취도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지능과 사회적 성취도와의 상관관계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아 예측이 불가능하다.

또 언어능력 수리능력 창조적 사고 등 각 지능 유형마다 유전적인 요인의 기여도가 다르다. 지능은 유전자와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것이어서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기억장애나 학습장애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은 분명하다.

김대식<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병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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