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게임은 해로운 것일까. 단순히 게임에 몰두하고 빠져든다고 해서 ‘마약’ 수준으로 몰아붙여도 되는 걸까. 옛날 백제 개로왕은 바둑에 빠져 외침을 자초했다던데 그렇다면 바둑도 ‘중독’을 부르는 나쁜 놀이일까.
젊은층이 게임에 빠져드는 원인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묘미는 사용자를 그 세계의 중심이자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기는 큰 이유로 ‘대리만족’을 든다.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최근 개발되어 나오는 제품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한데 ‘리니지’, ‘울티마온라인’ 등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은 물론이고 ‘디아블로 2’, ‘레드얼럿 2’ 등 많은 작품들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이머를 완전히 몰입시킨다. 실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면 몸은 물론 얼굴근육을 움찔움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가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 주는 성취감 또한 대단하다. 한단계 한단계 정복해 올라가 결국 최후의 게임엔딩을 볼 때 게이머는 그 어떤 미디어도 줄 수 없는 강력한 희열을 맛보게 된다. 인터넷상의 대전을 통해 실력을 입증해 오프라인에선 찾을 수 없던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게임 과정에서는 집중력과 승부욕을 배울 수 있다.
게임에는 이 외에도 영어와 일어 등 어학학습의 효과, 컴퓨터 활용능력 배양, 사교성 함양 등 많은 순기능이 있다.
중독 등의 공격적인 표현으로 젊은층이 게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일지도 모른다. 책과 음악도 심하게 빠지면 문제가 생기듯이 게임도 지나치게 몰두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게이머든, TV시청자든, 음악애호가든 간에 ‘적당히 즐길 줄 아는’ 통제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김승규(게임평론가·game4kimsk@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