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금시장의 불안, 국제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 등 여러 주장이 많지만 필자는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초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 일확천금의 욕심에 휩싸였다. 저마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집안의 금덩이를 팔거나 빚을 내서라도 열심히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신문에는 하룻밤에 큰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매출은 수십억원에 불과한데 자금 유치는 수천억원을 한 회사까지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과 기업들은 빈손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뒤늦게 뛰어든 회사 중에서 부도가 나는 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자기 밥그릇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은 밥그릇과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부채질 했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자원을 한 곳으로만 과다하게 집중시켰던 한탕주의 환상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일찍 이 판에 뛰어들어 한몫을 챙기지 못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더 이상 건전한 노동과 성실한 생활을 통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비관론이야말로 위기감의 본질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국민을 흥분시키는 데만 앞정섰지 그 이후 마땅히 내놓아야 할 장기적인 국가 경영계획은 보여주지 못했다.
벤처기업에 돈을 지원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고객이 없다면 그 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식산업 육성도 허울좋은 정책에 불과했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개발해도 훔쳐가는 것을 방치한다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컨텐츠를 개발할 업체는 없다. 모두가 벤처에 무관심할 때 벤처기업인들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코스닥시장을 일궈 놓았더니 재벌기업들이 이 시장을 재산 도피와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했다. 결과적으로는 선량한 국민의 피땀어린 돈을 몇몇 소수가 배를 채운 셈이 되었던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식투기를 하지 않아도 성실하고 건전한 노동만으로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면 가치를 인정 받아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그것이 이 위기를 잠재우는 위기대처방안의 핵심이 될 것이다.
장영승 <나눔기술 대표>theus@nanum.co.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