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만만한 경쟁사였던 AMD의 추격이 괴롭다. AMD는 기가 칩 개발 경쟁에서 인텔을 앞서면서 시장점유율을 18%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인텔은 신형 칩의 리콜사태로 14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배럿은 무능한 최고경영자(CEO)는 아니다. 다혈질인 그로브 회장과 달리 대학에서 금속학을 전공한 배럿 사장은 냉철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는 신형 칩의 리콜 등 갖은 악재 속에서도 지난 3·4분기(7∼9월) 수익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 증가한 25억달러로 끌어 올렸다.
배럿은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에서 AMD와의 경쟁에만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PC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징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PC시대의 종말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존하는 인텔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럿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및 이동통신 관련 업체 12개 인수에 60억달러를 투입했고 사내 벤처를 적극 지원하는 등 탈PC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럿은 그로브 회장이 구축한 중앙집권적 경영구조를 해체해 그룹을 5개의 사업본부로 나누었다. 또 보수적인 재정운용방식에서 탈피해 기업 인수와 내부 창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외 부문의 수익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텔의 기업문화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나쁘게 보면 혼란일 수도 있다. 이런 인텔에 대해 일부에서는 질풍노도의 시대에 접어든 사춘기의 소년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배럿 사장은 AMD의 추격을 저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탈피해야 하는 두마리의 토끼를 쫓는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우(와이즈인포넷 연구위원)dangun33@wiseinfo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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