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다른 게임보다 진행이 빠르고 금방 결판이 나 민족성에 잘 맞는다는 얘기가 있고 치열한 등수 경쟁을 벌이는 ‘래더’ 시스템이 어려서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 시스템과 맞아떨어진다고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에서 승부는 얼마나 빨리 유닛을 생산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생산 속도는 거의 정석처럼 정리되어 있는 ‘빌드 오더’에 의해 결정된다. 몇 번째 생산 유닛까지 자원을 채취하고 몇 번째에서 무슨 건물을 짓고 몇 번째부터 전투 유닛을 생산할 것인가 등이 게임마다 구체적인 숫자로 정해져 있다.
빌드 오더의 핵심은 노는 유닛이 없고, 기다리는 시간이 없게 하는 것이다. ‘테란’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한다면 생산유닛인 SCV를 계속 만들다가 7번째(혹은 8번째) SCV로 ‘서플라이 디폿’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생산 유닛이 생산되는 동안 모이는 미네랄이 딱 맞춰 100이 되고 그 돈으로 ‘서플라이 디폿’을 지을 수 있다. ‘서플라이 디폿’이 건설되는 동안 추가로 SCV를 뽑아서 미네랄을 채취하고 열번째 SCV로 ‘막사’를 짓는다. ‘서플라이 디폿’이 완성될 무렵이면 병사를 뽑을 여력이 생긴다.
빌드오더는 감으로 적당히 하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를 따른다. 미네랄의 추출 속도와 SCV의 생산 속도, 건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프로세스 분석이 끝나면 효율적인 배치가 결정된다. 하나의 프로세스가 끝나면 다른 프로세스로 곧장 이어진다. 남는 시간, 노는 유닛은 없다. 모든 자원과 유닛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자본과 노동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는 효율성의 논리가 ‘스타크래프트’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역사상 성공적인 체제인 것과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이라곤 생전 접해보지 못하고 일만 하던 회사원들이 가장 쉽게 적응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자본주의의 논리에 길들여져서 일까, 아니면 자본주의가 원래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체제여서 그런 것일까.
박상우(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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