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바켐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절대 음감이 유전적으로 부여받는 재능이라 여겼다.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의 가계를 조사해보니, 가족이나 친척 중에도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절대 음감은 음악 교육을 시작한 시기와 더욱 관련 있어 보인다. 98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600명의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절대 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6세 이전에 음악 교육을 시작했다.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빠를수록 절대 음감을 갖게 될 확률도 더 높았다. 이런 통계는 왜 절대 음감 가족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절대 음감이 모국어의 특성과도 관계 있다는 연구가 있다. 뉴욕의 음악 학교 학생들을 조사해 본 결과, 아시아계 학생의 32퍼센트가, 비아시아계 학생의 7퍼센트가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이나 베트남인에게서 절대 음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모국어가 음높이나 억양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을 배우면서 음높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게됐다는 얘기다.
어린 시절 우리는 색깔을 알아 맞추는 교육을 열심히 받았지만, 음을 알아 맞추는 훈련은 별로 받아 본 적이 없다. 절대 음감도 어렸을 때부터 훈련만 받는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절대 음감을 터득할 시간을 놓치신 분들. 새나 여우, 심지어 물고기도 가졌다는 절대 음감이 없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절대 음감은 때론 조 옮김에 장애를 가져오거나 음악 능력에 있어 더 중요한 ‘상대 음감’을 기르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베를리오즈, 라벨, 슈만,바그너도 절대 음감 없이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다.
(예일대 의대 연구원)jsjeong@boreas.med.yale.edu
▼ 정재승 연구원은? ▼
이번 주부터 15회에 걸쳐 ‘음악 속의 과학’을 매주 연재합니다. 글을 쓰게 될 정재승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카오스 이론과 신경과학을 접목한 신경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정 박사는 현재 예일대 의대 정신과 및 응용 물리학과에서 비선형 동력학과 카오스 이론, 복잡성 과학을 통해 뇌의 사고 기능을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알츠하이머 치매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시네마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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