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치트랄(17:50)
히말라야의 절경은 역시 언제 보아도 장엄하다. 운좋게도 촬영장 근처에 사는 친구(국내 건설회사 주재원) 집에 묵게 됐지만 노트북PC를 찾지못한 성필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다행히 디스켓에 콘티를 ‘한글 문서’로 담아놓았다. 그러나 ‘이런 시골에도 컴퓨터가 있을까’. 고민하는 성필씨에게 친구는 자신있게 말했다. “나도 컴퓨터가 있어.”
“살았다!” 성필씨는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친구가 리눅스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한글 문서는 리눅스에서는 열 수 없는 무용지물이다.
순간 머리를 스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 인터넷이다.” 자바를 기반으로 한 ‘넷피스(www.netffice.com)’는 리눅스에서도 작동해 한글 파일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한 성필씨는 성공적으로 콘티를 열어 인쇄해냈다.
◇일본 도쿄(15:40)
히말라야 촬영을 마친 뒤 하와이로 가기 전 기착지인 도쿄. 성필씨는 ‘오늘은 온천에 몸을 푹 담글 수 있겠구나’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감독이 성필씨를 부르더니 일본쪽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성사 직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브리핑. 60년대식으로 종이차트로 설명할 수는 없고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노트북PC는 실종상태고…. 시간은 앞으로 1시간. “어떡하지, 이렇게 당장?” 감독은 거의 울상이다.
우리의 컴도사 성필씨, 입가에 미소가 감돌더니 서울 본사에 전화한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웹메일에 올려놓으라고 후배에게 부탁했다. 그리고는 당당히 빈손으로 클라이언트 회사 정문을 들어섰다.
회의실 컴퓨터 앞에 다가간 성필씨는 웹메일 사이트에 접속, 파일을 내려받았다. 그리고 ‘씽크프리(www.thinkfree.co.kr)’에 들어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뛰어난 일본어 솜씨로 일사천리 브리핑이 이어지고… 성필씨 덕분에 만사 OK다. 잠들기 전에는 ‘훈민 웹오피스(web.hunmin.com)’에 들어가 내일 일정을 확인.
◇하와이 호놀루루(21:25)
성질 급한 광고주가 또 말썽이다. 화와이에서 촬영한 화면을 당장 봤으면 한다는 것. 지금 한국 시간은 오후 4시25분. 비행기로 필름을 보내기도 그렇고….
성필씨는 촬영장인 리조트 안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촬영현장 영상스케치에 디지털캠코더를 쓴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성필씨는 컴퓨터와 캠코더를 연결해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한다.
파일 크기가 워낙에 크다보니 용량이 한정된 E메일은 쓸 수 없다. 성필씨는 ‘심마니 팝데스크(www.popdesk.co.kr)’에 접속해 웹하드에 파일을 저장했다. 이 사이트는 최고 1GB까지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서울에 있는 후배에게 ‘공유기능’을 설명했지만 이 친구, 컴맹이라 알아듣지 못한다. 사이트 주소와 ID, 패스워드를 가르쳐주고 당장 열어보라고 호통을 쳤다. 다음날, 후배는 광고주가 CF 내용에 아주 만족해 했다며 전화를 해왔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