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좋은 꿈으로 보통 용꿈이나 돼지꿈을 1등으로 칩니다. 반면 올해의 띠이기도 한 뱀꿈은 왠지 께름칙하게만 여겨집니다. 그런데 뱀꿈으로 성공한 과학자도 있으니 무턱대고 무시할 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은 1865년 벤젠의 고리 구조를 밝혀낸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폰 케쿨레(1829―1896)입니다.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뤄진 벤젠(C¤H¤)은 플라스틱, 염료, 세제, 살충제의 원료로도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유기화합물입니다.
보통 탄소는 주위에 전자 4개를 내어놓아 전자 하나를 가진 수소 4개와 각각 단일결합을 이룹니다. 그런데 벤젠에는 탄소와 수소가 모두 6개씩 들어 있어 어떤 식으로 탄소와 수소를 결합시켜도 제대로 된 구조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케쿨레는 탄소 6개가 고리를 이룬 구조로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6개의 탄소는 한쪽은 이중결합, 다른 한쪽은 단일결합을 통해 강강수월래를 하듯 탄소와 손을 맞잡고, 남은 하나의 전자로는 수소와 단일결합을 하기 때문에 탄소와 수소의 수가 완벽히 들어맞습니다.
케쿨레는 벤젠의 고리형 구조에 대한 힌트를 난로 가에서 풋잠을 자면서 꾼 꿈에서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케쿨레에 따르면 꿈에서 탄소와 수소 원자가 결합된 긴 사슬이 마치 뱀처럼 움직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뱀 한 마리가 자신의 꼬리를 물어 고리를 만드는 것을 본 것이죠. 영국의 과학비평가 아서 케스틀러는 이 꿈을 두고 살찐 소와 여윈 소 7마리가 나온 이집트왕의 꿈을 풍년과 흉년이 7년씩 계속될 것으로 예견한 구약성서의 요셉이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꿈을 깨어있을 때 두뇌활동이 연장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꿈속에서도 그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이래저래 좋은 일이 아닐까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