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확산〓집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쓰고있는 L양은 작년 11월 리니지게임 이용료로 73만2300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L양은 한번도 이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대구에 사는 K씨는 모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가입, 분당 20원씩을 내고 가끔 온라인게임을 즐겨왔다. 작년 6월 K씨가 받은 요금청구서에는 평소보다 몇 배 많은 11만원이 적혀 있었다. 조사결과 누군가 해킹프로그램으로 K씨 컴퓨터에 침입, 사용자계정(ID)과 비밀번호를 알아내 게임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J씨는 지난해 10월 고객들의 ID와 비밀번호를 담아놓은 PC가 해킹당하는 바람에 고객들이 발길을 끊어 월수입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격감했다.
▽해킹프로그램 급속 유포〓개인PC 해킹프로그램과 사용법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해킹 경력 2년째인 대학생 K씨는 “해킹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쉽게 공짜로 구할 수 있고 컴퓨터에 대해 웬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법을 익히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나와 있는 해킹프로그램 종류는 100가지가 넘으며 이름만 알면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내고 내려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문자명령어 대신 그래픽화면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형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 사용이 더욱 손쉬워지고 있다.
▽해킹 방법〓개인PC 해킹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이용자가 공유해놓은 폴더로 침입하는 것. 이용자가 암호를 걸어놓아도 암호해독프로그램을 이용, 1초안에 암호를 푼다는 것.
두 번째는 ‘백오리피스2000’ 등 해킹프로그램을 공격대상자의 PC에 설치하는 방법. 이들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인터넷에서 자주 받는 파일이나 그림첨부파일 등에 숨겨두기 때문에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실행된다. 일단 이 해킹프로그램이 실행되면 해커는 해킹대상자가 무슨 작업을 하는지 ‘스토킹’이 가능하고 PC에 저장된 각종 파일을 빼내거나 컴퓨터를 원격조종할 수 있다.
▽대책은 없나〓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개인PC 해킹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벌어지는 데다 처벌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상담만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도 7월중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률’이 시행되어야만 해킹프로그램 유포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며 “현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보호센터 해킹바이러스상담지원센터 임채호팀장은 개인PC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폴더를 공유시키지 말고 외부에서 받은 프로그램을 함부로 실행하지 말 것을 권했다.
<천광암·정위용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