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대 앞서간 롤플레잉 대표게임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11분


‘파이널 판타지’는 일본 롤 플레잉 게임의 양대 산맥 중 하나다. ‘드래곤 퀘스트’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파이널 판타지’는 늘 시대를 앞서가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파이날 판타지’의 출발은 다른 일본 롤 플레잉 게임들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3편에서 ‘직업 시스템’이, 4편에서 ‘액티브 배틀 시스템’이 도입되며 ‘드래곤 퀘스트’와 맞먹는 위치로 올라섰다.

직업을 바꿔가며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직업 시스템’, 실시간이 아닌데도 긴박감이 넘치는 ‘액티브 배틀’ 시스템은 동시대의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는 그래픽과 함께 ‘파이널 판타지’를 시대의 대표적 게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6편에서 ‘직업 시스템’이 사실상 해체되고 이야기를 중요시하는 게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7, 8편을 거치며 변화의 물결은 더욱 강하게 일었다.

변화의 포인트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는 제작자들이 생각한 게임의 미래였다. 이들은 게임이 게임 외의 다른 미디어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게임은 소설과 영화를 대신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어우러진 6, 7편의 ‘이야기’들은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3D 그래픽이 처음 도입된 7편은 전세계적으로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야기 들려주기’에서 ‘이야기 보여주기’로 진화했다. 게임은 20만∼30만 장만 팔려도 대성공이다. 하지만 ‘파이날 판타지’는 100만 장을 팔아야 겨우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들인 그래픽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시네마틱 롤플레잉 게임’. 이름 그대로 영화와 경쟁하기 위한 게임이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과 같은 걸 보여주면서 영화에는 없는 ‘인터랙티브성’까지 보장한다. 게임의 승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8편은 여전히 많이 팔렸다. 하지만 전만큼은 아니었다. 6편부터 일기 시작한 기존 팬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파이널 판타지’는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그냥 화려하고 멋있는 게임이 돼버렸다는 불만이었다.

9편을 내놓으며 제작자들은 원점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도 저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는 ‘드래곤 퀘스트’ 7편이 훨씬 많이 팔렸다. 십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파이널 판타지’는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은 걸까? 제작사인 스퀘어는 10편으로 일단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접겠다고 발표했다.

박 상 우(게임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