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유전자조작 원숭이 의미]인간 질병 치료법 규명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30분


당뇨병이나 치매에 걸린 원숭이가 사람을 대신해 치료제 시험에 이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해파리의 형광유전자를 갖게 된 원숭이 앤디는 그 시초가 될 전망이다.

형광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빛을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유전자조작이 제대로 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앤디의 세포는 초록빛 형광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의 성공은 앞으로 인간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지닌 원숭이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과학자들이 실험동물로 애용하던 쥐는 인간과 유전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연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인간과 함께 영장류에 속하는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을 직접 실험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가 있다.

앤디를 탄생시킨 셰튼 박사는 12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앞으로는 인간의 여러 유전자를 가지도록 조작된 원숭이를 체세포를 이용해 대량 복제해 내면 에이즈 등의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실험동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셰튼 박사는 지난해 수정란 분할을 통해 복제 원숭이 ‘테트라’를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제까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쥐나 양과 같은 동물에 삽입시킨 일은 여러 번 있었으나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수의학)는 “원숭이 유전자 조작이 다른 동물에 비해 늦은 것은 영장류의 생식계통에 대한 기초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장류의 생식계통에 대한 연구는 복제양 돌리가 성공한 이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레트로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해 해파리 형광유전자를 난자 유전자에 삽입했다. 그 뒤 형광유전자를 갖게 된 222개의 난자에 모세 유리관으로 정자를 삽입해 수정시켰으며, 이 가운데 4세포기까지 자란 40개의 수정란을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켰다. 2마리는 성공적으로 착상됐으나 도중 유산됐으며 최종적으로 3마리의 원숭이가 태어났다. 이 가운데 앤디만이 형광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디에게 삽입된 발광유전자가 후대에도 전달될지는 이 원숭이가 성적으로 성숙하는 4년 이후에나 알 수 있다.

한편 앤디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동물보호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동물생체해부반대협회의 대변인은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수많은 영장류 동물들이 유전자 조작의 대상이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해외 언론 반응 "생명 기본구조 바꿀 위험"▼

사상 최초로 유전자가 조작된 원숭이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12일자 ‘사이언스’지에 소개되자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언론은 일제히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건강면에서 이번 실험의 과정과 의미, 파장 등에 대해 과학자들의 분석을 곁들여 자세히 전했다.

USA투데이지도 과학면에서 ‘유전자 조작 원숭이 탄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간과 실험용 쥐 사이에 존재하던 유전자 갭(gap)이 상당 부분 메워졌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BBC 방송과 미국 CNN, ABC 방송 등도 뉴스 시간마다 이 소식을 앞부분에 편성해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윤리적인 면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CNN 방송의 과학전문기자인 엘리자베스 코헨은 “이 원숭이가 낳은 새끼도 해파리의 DNA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실험은 생명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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