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제 해커들 '앞마당'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38분


한국을 국제적인 해킹의 ‘중간 거점’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카리브해 일부 섬나라들이 국제적인 ‘돈세탁’ 무대라면 한국은 ‘인터넷주소(IP) 세탁’의 무대가 되고 있는 셈. 이는 한국의 컴퓨터 보안시스템뿐만 아니라 보안의식까지 허술해 해외 해커들이 신분을 숨기기 쉽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말 미국의 한 회사는 한국의 유명대학 컴퓨터시스템으로부터 해킹시도를 당하자 경고메일을 보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국제기구를 통해 한국정보보호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결과 이 대학의 컴퓨터는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해커들로부터 심각한 해킹을 당해 관리자가 아예 방치해 둔 상태였다. 해외 해커들은 이 컴퓨터에 수많은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두고 신분을 위장하면서 마치 제집 드나들 듯 시스템을 악용했다.

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한국을 경유해 해외 시스템을 해킹한 사례는 작년 한해 동안 26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97년에는 이같은 사례가 4건에 불과했으나 98년 91건, 99년 183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대만 홍콩 등 12개국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는 아이아시아웍스의 세계인터넷보안전략 담당 탐 크로스 부사장은 “우리가 서비스를 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의 약 80%가 한국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만만한 해킹 경유지라는 사실은 이미 국제 해커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컴퓨터를 공격하는 해커들 대부분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해킹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삼는 해외 해커들의 사례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 해커들이 한국 컴퓨터를 목표로 해킹한 건수는 99년 91건에서 작년에는 3배인 273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5월부터 한달 동안 한국의 기업과 대학 등 15개 홈페이지를 해킹한 해외 해커는 “한국 서버들이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다. 나는 전세계 인터넷을 사이트를 정복하기 위한 첫 목표로 한국을 정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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