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언으로 △‘국가안보에 필요한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추게 됐고 △국제규범인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의 가입 추진으로 세계적 미사일 비확산체제를 강화시켰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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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족쇄’의 파기〓정부가 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사거리 180㎞로 제한한 한미 지대지(地對地)미사일각서에 서명한 것은 미사일의 불모지였던 당시 국내상황으로는 불가피했다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결정적 실수였다.
이후 북한이 사거리 500㎞의 스커드C, 1300㎞의 노동1호, 심지어 2500㎞의 대포동1호 미사일을 개발하며 ‘미사일 강국’으로 부상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180㎞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미사일 비대칭’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한미 미사일협상 타결 내용 | ||||
항 목 | 타결 전 | 타결 후 | ||
군사용 미사일 | 180㎞ 500㎏ 이내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 | 300㎞ 500㎏ 이내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 | ||
민간용 로켓 | 군사용 미사일과 같은 수준에서 개발 생산 | 사거리 제한 없이 개발 시험발사 생산 | ||
군사용 미사일 연구 범위 | 180㎞ 이내 수준의 연구만 허용 | 사거리 제한 없이 연구 가능, 단 시제품제작 시험발사 규제 | ||
투명성 보장 | 미국이 매년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현장 사찰 | 군용미사일은 개발 사실만 통보, 민간로켓은 시험발사 사전고지 및 미측 참관 허용 | ||
MTCR 가입 | 미국, 한국 가입 원치 않음 | 미국, 한국 가입 지원 | ||
미사일 개발기술 이전 | 미국, 한국에 기술이전 금지 | 미국, MTCR 범위 내에서 한국에 기술이전 |
더구나 90, 91년 미국에 재차 전달한 미사일 보장서한은 민간용 로켓 개발까지 제한한 것이어서 기상위성과 통신위성 발사 등 평화적 우주개발의 걸림돌로까지 작용했다. 이같은 불합리를 풀기 위해 95년 한미 미사일협상이 시작됐고 20여차례의 협의 끝에 이번에 일부나마 미사일 주권을 되찾게 됐다. 아울러 민간용 로켓의 사거리 제한도 풀림으로써 평화적 우주개발이 가능해졌다.
▽대북 억지력 확보〓종전의 제한사거리 180㎞는 북한 군사시설이 밀집된 함북지역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미사일 공격을 억지해온 것은 남한의 능력이 아니라 주한미군 등 미국의 군사력이었다.
99년 7월2일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거리 500㎞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스스로 대북 억지력을 갖기 위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300㎞는 우리 안보 수요에 필요한 기본적 수준”이라며 “이번 정책선언으로 대북정책의 두 축인 ‘대화’와 ‘억지’를 겸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TCR의 가입〓3월말경 미사일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규범인 MTCR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뿐만 아니라 세계적 비확산체제를 강화한다는 대외적 이미지 고양 이외에 ‘평화적 미사일 기술의 이전’이라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 또 한국의 MTCR 가입은 앞으로 북한측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왜 '300㎞-500㎏'인가▼
정부가 17일 발표한 새로운 미사일 지침인 사거리 300㎞와 탄두 중량 500㎏에 담긴 국제안보적 함의는 무엇일까.
탄두 중량 500㎏은 저급한 수준의 핵(核)을 탄두에 장착했을 때의 최소 무게이고, 사거리 300㎞는 핵무기로 다른 국가를 공격할 때 그 피해가 자국에 미치지 않는 거리다. 이것은 곧 탄두 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을 300㎞ 밖으로 날려보낼 수 없는 국가는 사실상 핵공격이 불가능함을 뜻한다.
따라서 핵 비(非)확산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은 미사일 개발을 원하는 국가들에 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해 왔고 이를 지켜야만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정부가 93년 9월 “MTCR에 가입하려는 나라는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을 넘는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아야 그 가입을 지지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내용이다.
이에 따라 93년 아르헨티나는 최대 사거리 900㎞, 탄두 중량 450㎏의 지대지 미사일 ‘콘도르 2’ 개발 계획을 중단한 뒤에야 MTCR 가입이 가능했으며 헝가리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 등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