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사일정책 선언]'미사일 주권' 첫걸음 내디뎠다

  • 입력 2001년 1월 17일 19시 09분


정부의 미사일 정책 선언은 ‘미사일 주권’을 향한 첫걸음의 의미가 있다.

이 선언으로 △‘국가안보에 필요한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추게 됐고 △국제규범인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의 가입 추진으로 세계적 미사일 비확산체제를 강화시켰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 군사용미사일 사거리300km·탄두 500kg 확정

▽‘미사일 족쇄’의 파기〓정부가 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사거리 180㎞로 제한한 한미 지대지(地對地)미사일각서에 서명한 것은 미사일의 불모지였던 당시 국내상황으로는 불가피했다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결정적 실수였다.

이후 북한이 사거리 500㎞의 스커드C, 1300㎞의 노동1호, 심지어 2500㎞의 대포동1호 미사일을 개발하며 ‘미사일 강국’으로 부상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180㎞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미사일 비대칭’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한미 미사일협상 타결 내용
항 목타결 전타결 후
군사용 미사일180㎞ 500㎏ 이내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300㎞ 500㎏ 이내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
민간용 로켓군사용 미사일과 같은 수준에서 개발 생산사거리 제한 없이 개발 시험발사 생산
군사용 미사일 연구 범위180㎞ 이내 수준의 연구만 허용사거리 제한 없이 연구 가능, 단 시제품제작 시험발사 규제
투명성 보장미국이 매년 미사일 개발 생산 배치현장 사찰군용미사일은 개발 사실만 통보, 민간로켓은 시험발사 사전고지 및 미측 참관 허용
MTCR 가입미국, 한국 가입 원치 않음미국, 한국 가입 지원
미사일 개발기술 이전미국, 한국에 기술이전 금지미국, MTCR 범위 내에서 한국에 기술이전

더구나 90, 91년 미국에 재차 전달한 미사일 보장서한은 민간용 로켓 개발까지 제한한 것이어서 기상위성과 통신위성 발사 등 평화적 우주개발의 걸림돌로까지 작용했다. 이같은 불합리를 풀기 위해 95년 한미 미사일협상이 시작됐고 20여차례의 협의 끝에 이번에 일부나마 미사일 주권을 되찾게 됐다. 아울러 민간용 로켓의 사거리 제한도 풀림으로써 평화적 우주개발이 가능해졌다.

▽대북 억지력 확보〓종전의 제한사거리 180㎞는 북한 군사시설이 밀집된 함북지역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미사일 공격을 억지해온 것은 남한의 능력이 아니라 주한미군 등 미국의 군사력이었다.

99년 7월2일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거리 500㎞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스스로 대북 억지력을 갖기 위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300㎞는 우리 안보 수요에 필요한 기본적 수준”이라며 “이번 정책선언으로 대북정책의 두 축인 ‘대화’와 ‘억지’를 겸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TCR의 가입〓3월말경 미사일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규범인 MTCR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뿐만 아니라 세계적 비확산체제를 강화한다는 대외적 이미지 고양 이외에 ‘평화적 미사일 기술의 이전’이라는 실리도 얻을 수 있다. 또 한국의 MTCR 가입은 앞으로 북한측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왜 '300㎞-500㎏'인가▼

정부가 17일 발표한 새로운 미사일 지침인 사거리 300㎞와 탄두 중량 500㎏에 담긴 국제안보적 함의는 무엇일까.

탄두 중량 500㎏은 저급한 수준의 핵(核)을 탄두에 장착했을 때의 최소 무게이고, 사거리 300㎞는 핵무기로 다른 국가를 공격할 때 그 피해가 자국에 미치지 않는 거리다. 이것은 곧 탄두 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을 300㎞ 밖으로 날려보낼 수 없는 국가는 사실상 핵공격이 불가능함을 뜻한다.

따라서 핵 비(非)확산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은 미사일 개발을 원하는 국가들에 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해 왔고 이를 지켜야만 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MTCR)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정부가 93년 9월 “MTCR에 가입하려는 나라는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을 넘는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아야 그 가입을 지지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내용이다.

이에 따라 93년 아르헨티나는 최대 사거리 900㎞, 탄두 중량 450㎏의 지대지 미사일 ‘콘도르 2’ 개발 계획을 중단한 뒤에야 MTCR 가입이 가능했으며 헝가리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 등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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