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은 일반적으로 과속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만들 때 안전운행을 위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낮춰 운전할 수 있도록 계기판의 속도를 실제 속도보다 높게 한다고 합니다.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요. 자동차 제조사가 지켜야할 법규인 ‘제작자동차의 안전기준’은 시속 4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때 속도계의 지시오차를 ‘0≤지시오차≤(실제속도/10)+2’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속도 100km/h로 주행한다면 지시오차는 0에서 12이므로 속도계는 100km/h부터 112km/h 사이를 가리키게 됩니다. 교통경찰이 보여준 스피드건의 속도가 계기판 속도보다 낮게 나왔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제 그 이유를 알겠죠.
반면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가면 속도계의 지시오차를 시속 40km 주행 시 ―10%∼15%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작할 때와 달리 계기판 속도가 실제 속도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타이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자동차 속도는 원형의 바퀴가 시간 당 구른 거리를 말하는 것이므로 반지름이 10% 더 큰 타이어로 바꿔 끼우면 속도가 10%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는 타이어를 바꾸기 전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실제 속도보다 계기판 속도가 더 낮게 나오는 경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둔 것입니다. 자동차는 출고된 상태로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이 이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죠. 속도계는 안전을 위해 좋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자동차계기판속도실제와달라기자>안전위해표시속도높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