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것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제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기제조기술이 더욱 정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명품의 소리를 재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법에 관해 많은 소문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동체의 칠’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지난 주 TV에서 방영됐던 영화 ‘레드 바이올린’은 이 소문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다. 이 영화에서 바이올린의 장인 니꼴로 부조티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아내의 피’를 동체에 칠해 최고의 명품 ‘레드 바이올린’을 만든다.
그러나 역사고고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동체의 칠’이 그다지 특별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 일반 가구에 칠하던 유약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원래 발라져있던 유약이 대부분 벗겨져 19세기 무렵 새로 덧칠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피를 발랐다고 해서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바이올린 소리는 현에서 나온 음파가 동체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내느냐로 결정된다. 나무의 재질과 동체의 정교함 정도, 그리고 동체를 이루는 나무판의 두께가 공명을 결정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동체를 분해해 스피커 앞에 놓고 주파수를 바꿔가며 진동을 조사해본 결과, 신기하게도 동체의 공명주파수가 서양 음계의 음 간격과 정확히 일치했다. 작은 해머로 가볍게 두들겨보는 것만으로, 공명이 일어나는 동체의 두께를 알아냈다는 것은 ‘장인만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바이올린일수록 동체의 나무가 소리를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도 명품만의 장점이다. 만들어진지 400년이 넘은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점점 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예일대 의대 연구원)
jsjeong@boreas.med.yal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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