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는 건물 지하철 벽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 그려놓은 벽화. 문명 비판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주제로 표현한 새로운 ‘예술장르’지만 많은 나라에서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당연히 작품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밤이슬을 맞아가며 작업해 놓은 것도 단속경찰의 지시에 지워지기 일쑤.
그러나 그래피티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냈다. 바로 월드와이드웹(WWW)을 갤러리로 이용한 것. 뉴욕타임스는 그래피티 예술가들이 인터넷을 작품 보관과 정보 교환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는 ‘149번가에서(www.at149st.com)’. 60년대 말 그래피티가 태동하게 된 뉴욕 사우스브롱크스 149번가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래피티 예술가들은 ‘149번가에서’에 접속, △세계 대도시에 널려있는 작품을 검색하고 △그래피티에 관한 역사를 정리하며 △그래피티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작품 조언 등을 해준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한데 모아놓다보니 그래피티 예술가들을 단속하는 경찰에게 증거를 대주는 꼴이 됐다. 그래피티 전담 수사반을 운영하는 뉴욕 경찰은 이를 “최고의 수사 도구”라고 비꼴 정도.
예술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래피티는 ‘행동하는 예술’이지 ‘모아놓고 감상하고 토론하는 예술’이 아니라는 것. 또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손질을 한’ 작품까지 등장해 예술성을 훼손한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토론토의 그래피티 예술가 호세 아르투로 파라다(24)는 이런 불만을 뛰어넘어 최근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인터넷을 자신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파라다씨는 “오프라인 그래피티에서 내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며 “이제 그래피티를 이용, 인터넷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