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함께 시체가 발견된 현장으로 가보니 예상대로 차길에서 가까왔다. 피해자는 트럭에 오른쪽 등을 받혀 갈비뼈가 부러졌고 차길 옆에 돌이 섞인 풀숲으로 나뒹굴어 얼굴과 손등에 상처가 난 듯했다. 범인은 여자를 산쪽으로 5m 가량 옮긴 뒤 성폭행으로 꾸미기 위해 아랫도리를 벗긴 것 같다고 경찰에게 일러줬다.
사건은 쉽게 풀렸다. 피해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용의자를 붙잡아 법의학적 단서를 근거로 추궁하자 자백한 것이다. 트럭을 몰고 좁은 차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피해자를 발견하고 급제동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법의학은 부검을 통해 사인만 밝히는 학문이 아니다. 사인과 무관하게 여겨지는 다양한 사실을 경찰의 수사 내용 및 사건 현장과 종합해 ‘사건과 죽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 근거를 제시하거나 밝히는 학문’이다.
법의학자가 “이 사람은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 숨졌다”는 말로 할 일을 다한 듯이 마무리했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02―590―1156
강신몽(가톨릭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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