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
25세의 여성 검시관 히카루(그림). 사고나 사건을 당한 사체를 부검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그의 임무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연못 속에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히카루는 이 시체가 시랍화(죽은 뒤 오랜 시간 물 속에 있을 경우 체내 지방이 물 속의 칼슘 등과 결합해 밀랍처럼 되는 현상)된 정도를 볼 때 죽은 지 3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인근에서 3년 이상된 여성 실종자를 못 찾아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히카루는 연못 주변에 불법 투기된 산업폐기물의 영향으로 시랍화가 훨씬 빨리 진행됐음을 알아내고….
‘여검시관 히카루’(서울문화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만화는 법의학을 다룬 흔치 않은 작품.
그림 가운데 끔찍한 장면도 없지 않지만 사체의 조그만 단서에서 사건의 진실을 찾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감동적인 결말을 끌어 내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도 훌륭하다. ‘소년탐정 김전일’ 등 추리만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