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세대 스타들이 연이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
퇴임 행렬은 계속되는 반면 그 빈자리를 채울 만한 스타급 경영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영화산업에 버금가게 스타가 중요한 벤처업계에 ‘스타 기근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조 벤처〓1세대의 양대 스타는 누가 뭐래도 미래산업 정문술 전사장과 메디슨 이민화 회장. 정 전사장은 1월초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무대 뒤로 떠났다. 이 회장은 최근 “메디슨 기업분할이 마무리되는 5∼6월경 메디슨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과의 접촉도 끊고 있다. 의료기기제조 부문은 메디슨 공동대표인 이승우사장에게 맡기고 벤처투자 부문은 좀더 시간을 갖고 적임자를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의 퇴진을 직접 촉발시킨 것은 작년말 코스닥시장 침체와 벤처기업의 경영난이다.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바닥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 경영권을 넘겨줬다”는 것이 정 전사장이 밝힌 퇴임의 변이었다.
이 회장은 작년 하반기 메디슨이 심한 자금난에 몰리면서 증권가 등으로부터 간접 퇴임압력을 받았고 자금난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회장도 퇴진할 경우 1.5세대로 불리는 핸디소프트 안영경사장, 휴맥스 변대규사장, 터보테크 장흥순사장, 로커스 김형순사장 등이 벤처의 ‘맏형’을 맡을 전망. 그러나 이들도 벤처기업협회 등 대외활동뿐만 아니라 경영의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이와함께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장사장도 “협회장을 맡느라 회사를 돌보지 못했다. 임기가 끝나는 이달말 물러나겠다”고 밝혀 세대교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터넷 벤처〓최고경영자(CEO)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의 인터넷경매사이트 옥션을 창업한 오혁 전사장이 지난달 사임한데 이어 PC통신 세대인 야후코리아 염진섭사장이 4월말 2선으로 물러난다. 오 전사장은 새 사업을 하기 위해서, 염사장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스타급 CEO’는 새롬기술 오상수사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사장, 한글과 컴퓨터 전하진사장과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대표 정도가 남을 전망.
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금룡 옥션 사장의 위상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가 옥션의 지분을 절반 이상 인수함에 따라 옥션이 외국계 회사가 됐기 때문. 이에따라 이회장의 ‘대표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토종 인터넷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힐 경우 이 회장이 토종기업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작년 하반기부터 벤처기업들의 도덕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벤처업계 전반에는 ‘나서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일부 벤처관련 협회 등은 차기회장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어 고민에 빠지는 등 스타 기근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천광암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