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곡가의 음악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다른 작곡가의 음악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이 문제는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의 관심거리였다.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곡들의 음악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면, 음악의 무엇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또 그 원리를 이용하면, 히트곡을 무수히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 소재) 물리학과 리차드 보스 박사와 그의 동료는 다양한 음악에 ‘스펙트럼 분석법’을 적용해 보았다. 멜로디나 화음은 음의 주파수로 결정되고, 키를 두드리는 강약은 음의 진폭으로 표현된다. 또 박자는 음의 주파수와 진폭의 변화 속도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음의 주파수와 진폭을 측정하는 ‘스펙트럼 분석법’을 이용하면, 곡의 주된 특징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들은 클래식과 록음악 전문 라디오 채널을 12시간 동안 녹음하여 스펙트럼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클래식 음악은 곡이 전개될 때, 음들이 너무 밋밋하게 변하지도 반대로 너무 급격하게 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기하게도 급격하게 변하는 멜로디가 나올 확률은 음의 변화 폭에 ‘정확히’ 반비례해 줄어들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곡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록음악은 클래식에 비해 음들이 들쭉날쭉했지만, 인기 있는 록음악일수록 클래식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비틀즈의 노래나 히트한 재즈곡들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또 과학자들은 새들의 울음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 자연의 소리들이 대부분 아름다운 음악들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음악이 자연의 소리와 유사한 패턴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아름다운 음악 속에는 이런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과 관련 있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자기도 모르게 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곡이 너무 뻔해서 예측하기 쉬우면 재미가 없고 졸리며, 반대로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전개되면 짜증이 난다.
자장가의 음들이 계단처럼 순차적으로 변하는 것도 그 때문이며, 높은 괴성의 음들이 들쭉날쭉 전개되는 헤비메탈이 대중적이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려운 곡이라도 여러 번 들어 익숙해지면 좋아지고, 아무리 좋은 곡도 많이 들으면 음의 전개가 뻔하게 느껴져 싫증이 나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끊임없이 질서(규칙성)와 의외성(불규칙성)을 즐긴다. 아주 잘 짜여져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머리를 치는 새로움이 들어있을 때,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들은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음악 속에 담긴 ‘물리 법칙’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려대학교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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