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인터넷 손님끌기, 성형수술 경품 이상 열풍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55분


“한국 여성들은 코를 높이고 턱을 깎을 뿐만 아니라 눈도 크게 만든다. 더 나아가 미끈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위험한 종아리 근육 제거수술까지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여성들의 광적인 성형수술 욕구를 비꼬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의 과잉 성형수술 붐은 이제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성형수술 광풍’을 인터넷이 부추기고 있어 말썽이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손님’을 끌기위해 당첨자의 성형수술 비용을 부담하는 경품을 내걸고 있다. 성형수술도 간단한 쌍꺼풀 수술정도가 아니다. 미용 관련 서비스 이용권 제공에서 전신 무료 성형수술, 700만원에 달하는 성형수술, 성형수술 보장 보험 등 가지각색이다.

최근 문을 연 한 여성포털은 오픈기념으로 전신 성형수술 이벤트를 하고 있다. 참가자 중 5명을 추첨, 코 눈 입술 유방 눈썹이식 등 10가지에 이르는 전신 성형수술을 무료로 해준다는 내용. 한 휴대전화 회사도 신규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쌍커풀 수술과 피부관리 서비스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농구대회 우승자에게 성형수술비 700만원을 주는 사이트도 있으며 심지어 한 의료경품 사이트는 안면박피술은 물론 남성의 심벌을 키워주는 수술까지 경품으로 내놓았다.

이런 사이트들은 ‘여자의 변신은 무죄’ ‘인터넷에서 예뻐지자’ 등의 문구로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경품제공은 자칫 청소년들에게 ‘외모만 예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그릇된 미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 인터넷 웹진 달나라딸세포(dalara.jinbo.net)를 운영하는 방예린씨는 이런 현상이 “외모도 경쟁력이다, 섹시해야 성공한다고 부추기는 세태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모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많은 여성이 경제적 부담과 부작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것. 아직도 여사원을 모집할 때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용모를 중심으로 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의 ‘성형수술 붐’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20대 여성의 80%가 “예뻐진다면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응답을 보인 여론조사가 있을 정도. 졸업에 맞춰 성형수술을 ‘선물’ 하는 것은 이제 구문이 되었고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는 성형수술계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형수술 경품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관계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며 “성형수술 관련 경품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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