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지수 2,000선이 무너지면서 99년 11월과 지난해 3월 나스닥에 상장했던 한국 기술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코스닥시장을 거치지 않고 미국 증권 시장에 바로 들어간 유선통신망 사업자 두루넷(Korea)은 상장한 지 한달이 되지 않아 주당 8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난주 나스닥의 폭락으로 2달러 내외로 거래됐다.
한국기업의 나스닥 1호 등록기업인 미래산업(mrae)도 한때 23달러로 올랐으나 2.75달러 미만으로 가라앉았으며 하나로통신(hana) 역시 2달러 안팎에 머물러 ‘마이너리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나스닥에서는 주당 가격이 10달러 미만의 ‘꼬마 주식’이 되면 투자가들이 외면, ‘찬밥’신세가 된다.
삼보컴퓨터와 KDS가 합작, 설립한 미국현지법인 이머신즈(eeee)는 나스닥 상장 직후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금은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이머신즈는 지난해말 나스닥 증권거래위원회(NEC)로부터 1차 퇴출 경고를 받았다.
나스닥에서의 퇴출은 등록사와 나스닥간의 계약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통상 주당 가격이 4개월 동안 계속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머신즈는 지난해 3월 상장 직후 10달러까지 올랐으나 그후 추락의 길을 걷다가 11월 8일에 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다. 이머신즈는 3월 8일 현재 1달러 이상을 회복하지 못했고 3월 20일까지 최소 10일간 1달러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좌절로 몰고 있는 기술주의 대폭락〓나스닥 상장 한국 기업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는 큰 원인은 세계적인 기술주의 폭락흐름이다.
지난주를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노텔 에릭슨 아마존 등 간판 기술주들은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53∼75% 떨어졌다.
미국 닷컴 기업의 대명사였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지난주 “내가 투자가라면 인터넷 기업에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스닥과 코스닥의 동조화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기술주의 폭락은 한국 기술주의 하락을 부채질해 상승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국내 증권가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미래산업과 하나로통신은 나스닥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했기 때문에 나스닥 주가는 국내 주가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미국시장의 평가를 사실상 받지 못하고 코스닥 주가가 그대로 나스닥에 반영되는 셈.
▽성급한 나스닥 행(行)〓99년말 정보기술(IT)벤처 붐이 일 당시 “우리는 나스닥에 바로 가겠다”고 장담을 하던 기업들이 수두룩했다. 한글과컴퓨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적인 국내 IT기업들이 그랬다.
미국 기술주의 폭락도 나스닥에 상장한 한국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준비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나스닥 문을 두드렸다는 자성론(自省論)이 최근 일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6년 이상 벤처기업 투자업무를 맡고 있는 윤승용 KTB네트워크 미국 법인장은 “나스닥 시장의 특성이나 투자가들의 평가기준 등을 모른 채 한국에서 평판을 높이기 위해 직(直)상장한 기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상담업체인 인터벤처의 유효상 사장은 “한국기업의 좌절은 국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전 시장 조사 등 기초를 갖추지 않고서는 나스닥에서 꿈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기사를 모두 살려주기를―다른 기사를 줄일 것임**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