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뒤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는 현대의학의 흐름에 맞춰 내시경의 쓰임새가 많아졌다.
내시경은 특히 소화기 질환의 개복수술을 대신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배를 찢지 않아 흉터와 출혈이 적고 아물 때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내시경의 일종인 복강경을 이용한 쓸개 절제술은 이미 개복수술을 대신할 정도다. 대장암 조기위암 수술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내시경 수술은 수술할 수 있는 부위가 제한돼 있으며 숙련된 의사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흉터-출혈 적고 통증-합병증 70% 감소◇
■쓸개절제 대장암 조기위암등 도입 활발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일반외과 김응국교수의 도움말로 내시경 수술의 세계를 알아본다.
▽대장암 수술〓온몸을 마취한 다음 지름 5∼10㎜의 구멍 4, 5개를 배에 뚫고 카메라 및 수술기구를 넣어 암 조직을 잘라낸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 대장암 심포지엄’에서 한솔병원 복강경수술센터의 김선한소장은 “복강경으로 수술한 61명의 진행암 환자와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 60명을 비교해보니 복강경으로 수술한 환자가 수술 중 출혈은 37%, 합병증은 70% 적었으며 입원일도 17일에서 14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독일 에르랑겐대 헤르만 케슬러박사는 “유럽 6개국 24개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은 대장암 3기 환자의 3년 생존율이 무려 93%나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모든 대장암 환자가 수술받지는 못하며 △암의 크기가 10㎝ 이상 △가로주름창자(횡행결장) 곧창자(직장) 아래에 암이 있으면서 항문을 살려야 할 경우 등엔 개복수술 외엔 방도가 없다.
▽조기위암 수술〓종전에는 위의 70%나 전체를 주변 림프절과 함께 잘라냈다. 상부 위 암의 경우 절반을 잘라냈다.
그러나 이 경우 위의 대부분을 잃어버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위의 구조와 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돼 내시경 시술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위 내시경수술은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전기가 흐르는 올가미를 씌우는 등의 방법으로 암조직을 제거하는 것. 위 바깥 점막층에 2㎝ 이하의 암조직이 볼록하게 나와 있는 경우에만 시술한다.
개복수술에 비해 뛰어난 효과를 장담할 수 없어 △심장이나 허파가 나빠서 온몸마취를 못받거나 △기타 이유로 개복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주로 시술한다.
요즘엔 위암 부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복강경으로 위암을 수술하기도 한다.
▽이자와 쓸개〓쓸개에 돌이 있는 경우 복강경으로 쓸개를 잘라내는 수술은 소화기 내시경 수술 중 가장 먼저 정착됐다. 1시간에 걸쳐 개복하고 5∼10분 쓸개를 자르는 ‘비효율’적인 개복수술을 대체할 정도다. 1㎝ 정도의 구멍 3, 4곳으로 수술기구와 카메라 등을 넣어 수술하며 30여분만에 수술이 끝난다. 입원 기간도 1주에서 2, 3일로 줄었다.
또 소화기내과에선 피부나 입을 통해 담도(쓸개길)내시경을 넣어 간 안팎의 담석을 제거하기도 하며 암 때문에 담도가 막혔을 때 이를 뚫어줘 황달 증세를 줄이기도 한다. 또 이자(췌장)내시경을 입으로 넣어 샘창자(십이지장)까지 이르게 한 뒤 이자돌(췌석)을 없애거나 이자염을 치료하고 있다.
◇위암 대장암 조기진단◇
▽위암〓증세가 다양하다. 입맛이 떨어지고 갑자기 트림이 자주 난다. 원인 없이 몸무게가 줄거나 갑자기 구역질이 잦아질 경우에는 병원에 가야한다. 빈혈 증세로 어지럽거나 몸이 나른하거나 쇠약해지는 느낌이 들 때에도 암을 의심하고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 혈액검사만 받거나 자가진단한 뒤 “괜찮겠지”라며 넘겨서는 안된다.
또 일부에선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40대 이상이면 1년에 최소 한 번은 안보개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암 발생 부위에 따라 증세가 다르다. 오른쪽 대장암의 경우 출혈이 있지만 양이 적어 알아채기 힘들다. 어느 정도 진행되면 빈혈로 어지럽게 되고 가끔 배가 아프다. 더 악화되면 암 덩어리가 커져 오른쪽 배에서 딱딱한 혹이 만져진다.
왼쪽에 암이 생겨도 초기에 증세가 거의 없다. 암이 진행되면 복통이 생기며 변비와 설사가 되풀이된다. 직장암의 경우 항문과 가까우므로 초기부터 피가 묻어나온다. 암 부위가 항문과 가까우면 붉은 색을 띠므로 치질과 혼동되기도 한다. 진행되면 점점 변보기가 힘들어지며 더러 골반 부위가 아프기도 한다.
서양에선 오른쪽 대장암이 많지만 우리 나라엔 직장암과 왼쪽 대장암이 많다. 또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대장암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40대 이후엔 별 증세가 없어도 5년 마다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에게서 대장암이 나타난 나이보다 최소 5년 앞서 2, 3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