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뜯기 문화에 넌더리" 류머티즘 명의 대학 떠난다

  • 입력 2001년 4월 11일 01시 35분


10여년을 의료계의 폐쇄주의와 싸워온 것으로 평가받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김성윤(金星潤·52)원장이 마침내 그 싸움을 접고 5월경 대학을 떠난다.

김원장은 류머티즘 질환 치료의 국내 최고 명의. 대기 환자만 4만여명이다. 환자가 접수한 뒤 그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4, 5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교수 사회의 헐뜯기 문화에 넌더리가 나서 대학병원장이라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교수가 86년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류머티스내과를 만들려고 하자 주위에선 관절염은 정형외과에서만 치료할 수 있다고 비웃었다.

김교수가 학회에서 발표할 때 ‘명문대’ 원로교수가 “다 아는 내용이니까 그만 하라”고 소리쳤고 참석자 대부분은 자리를 떴다. 그 원로교수는 류머티스질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이크 앞에 서서 10여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진행자가 종을 쳐 판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김교수에게 환자가 밀려오자 음해와 투서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마약을 쓴다는 근거 없는 루머에도 시달렸다. 투서는 그가 재직하는 대학의 총장실은 물론 검찰과 청와대까지 ‘답지’했다. 출처는 뻔했다.

김교수는 “대학병원에 류머티스 전문 병원을 개설한 것은 큰 성과이자 보람”이라며 “한적한 곳에서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나는 환자로 꼽는 인물은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이여사는 김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과 똑같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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