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음악은 인간들 사이에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관한 가설들을 제안했다. 우선 새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짝짓기 가설’이 있다. 그러나 원시 문화에서 새나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모방한 노래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이 이론에 대한 반박의 근거가 된다. 게다가 새들은 짝을 찾는 시기가 아니어도 울 뿐 아니라, 짝을 찾을 때 노래를 안 하는 동물들도 많다. 따라서 동물들이 짝짓기를 위해서만 노래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동물들의 노래는 단순히 본능에 기초한 생리적 반응이지만, 인간의 음악은 다양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원시 농경 사회가 정착되면서 남성은 음식과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 사냥을 하고, 여성은 가족을 보호하고 아이들을 돌보는데 헌신하도록 요구됐다. 이때 자녀들을 달래고 감정을 교류하는 방식으로 음악이 등장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음악은 ‘자장가’였던 것이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음악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장거리 통신을 위해 북을 두드리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멀리 있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할 경우 그 소리에는 마치 노래처럼 음의 고저가 있고, 여러 가지 강약이 존재한다. 이것이 음악의 시초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음악이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인간의 특성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대뇌에는 언어를 담당하는 중추처럼 음악을 감상하고 작곡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지금까지 음악을 통해 사랑과 기쁨,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표현해 왔으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절대 고독에 맞서 싸워 왔다. 아직 우리는 ‘음악이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음악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끝)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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