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18일부터 자사 홈페이지(http://www.time.com/time/asia/features/japan_view/neighbor.html)에서 “일본이 세계 제2차 대전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는가?”를 주제로 사이버폴을 실시했다.
투표초기에는 한일간의 미묘하고도 특수한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미국 네티즌들이 주로 참가한 탓인지 투표결과가 ‘일본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3일만해도 전세계에서 이 사이버폴에 참가한 네티즌은 불과 불과 1만여명.이들의 70%가 '일본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네티즌들에게 사이버폴 실시사실과 결과가 알려지면서부터 네티즌들은 발빠르게 움직였고 드디어 역전에까지 성공했다.
한국 네티즌이 집중적으로 투표에 가담한 4일에는 하루 참가자가 10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전세도 바뀌기 시작해 이날 오후 2시에는 '사과해야 한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은 57.09%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를 지켜본 일본네티즌들 역시 한국네티즌처럼 엄청난 단결력을 보였다. 집중적으로 중복투표를 해 '사과할 필요 없다'의 비율을 다시 ‘사과해야 한다’보다 높게 끌어올린 것.오후 6시25분에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가 전체 참가자 15만69명 가운데 52.18%이고 ‘사과해야 한다’가 44.52%로 다시 뒤집어 졌다.
한국네티즌과 일본네티즌들 사이의 이런 온라인 전쟁은 일본역사교과서 문제로 한국네티즌들이 사이버 시위를 하는 등 사안에 강도 높은 대응을 해오던 것을 알고 있던 일본네티즌들이 이번 외국 유력지의 인터넷 투표의 결과 또한 한국네티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일 인터넷 투표 공방에 대해 'myrrh'라는 ID를 쓰는 한국네티즌은 "이 투표에 적극 동참하자"며 "일본에서도 이 투표에 신경을 쓰는 모양인데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힘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리안의 'CHOGOGO'라는 이용자는 “비공식적인 투표지만 뭉쳐야 하지 않겠냐”며 “사과해야 하는게 너무나 당연한데 이런 투표를 하는 타임에 항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한국 네티즌들의 행동이 너무 감정만 앞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매화의 성’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결과가 오락가락 하자 한일 양국의 애국 네티즌들이 중복투표를 해서 결과를 바꾸고 있다”며 “이런 것은 일종의 조작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타임’에서도 이 인터넷 투표가 ‘과학적이지 않으며 단지 즐기기 위한 것이고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지난 2월 1일에도 있었다.CNN이 실시한 ‘일본이 자기 나라 관객에게 판매하는 월드컵 표에 일본 국가 명칭을 한국보다 앞에 적어도 되는가’라는 투표에서 오전 9시30분까지 반대가 68%였다가 한국네티즌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83%로 올라간 적이 있다.
양희웅<동아닷컴 기자>heewo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