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과야킬에는 도둑시장이 있어요.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파는 곳입니다. 교민 한 분이 차 백미러를 도난당했는데 다음날 도둑시장에 나와 있더래요”
“어제는 이곳에서 산지 6년만에 날치기를 당했어요”
인터코리안 사이트(www.interkorean.com)의 통신원코너를 통해 김현주씨(30)가 국내 네티즌들에게 전하는 생활상. 하지만 김씨는 “에콰도르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맺는다.
날치기 경험담의 뒷부분. “여기는 좀도둑도 많지만 정의로운 사람들도 많아요. 열심히 쫓아가는데 지나가던 행인들이 같이 뛰어주더라고요. 결국은 놓치고 지쳐 돌아오는데 웬 승용차가 다가와 끊어진 제 목걸이 줄을 건네주더군요. 그 때의 감격이란….”
김씨는 에콰도르의 낭만과 여유를 사랑한다. 에콰도르 물축제는 ‘장난’이 아니다.
“물축제 기간에는 모든 것이 물이에요. 물총을 쏘고 물을 넣은 풍선을 집어던지죠. 아예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으로 동이째 물을 쏟아붓기도 해요. 자동차를 타고 갈 땐 꼭 창문을 닫아야 합니다. 열린 창으로 물을 끼얹으니까요.”
김씨는 93년 대전엑스포 도우미일 때 에콰도르 교민 자원봉사자로 한국에 왔던 권기범씨(29)와 만나 결혼한 뒤 에콰도르로 갔다. 3,4년 전만 해도 외로운 생활. 그러나 인터넷을 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2년 전 남편 권씨가 친구에게 배워 조립PC를 들여놓은 것.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고국의 네티즌과 매일 만날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동생이나 친구들과는 수시로 채팅을 한다.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던 친정어머니 조월순씨도 e메일을 주고받기 위해 김씨의 동생 준현씨에게 인터넷을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남편 권씨는 작년 한국에 와서 준현씨에게 배운 뒤 인터넷 게임 ‘포트리스’에 흠뻑 빠져 있다.
김씨는 “최근 인터넷 동아일보에 에콰도르 이민희망자가 많다는 기사를 읽고 기뻤다”면서 “남미에선 에콰도르가 가장 매력있는 나라”라고 자랑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한국 네티즌들에게 “중남미를 여행할 때는 이곳에 꼭 들러달라”면서 e메일(bomi0406@hanmail.net)을 남겼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