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밸리 리포트]'벤처캐피털'에 돈이 모이는 까닭은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벤처캐피털은 벤처생태계의 ‘피’와 같다. 이 자금의 원활한 수혈 없이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 및 신소비시장의 개발은 어렵다. 이곳 벤처캐피털 업계의 최근 동향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희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벤처와이어 그룹(Venture Wire Group)은 2001년 1분기에 마감한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약정액이 244억달러였다고 발표했다. 벤처경기가 좋았던 작년 동기에 비해 60억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2001년 벤처캐피털 수익률이 최악일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기금이 모집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언론은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첫째는 다른 투자대안이 없다는 점. 벤처캐피털협회 연구소장인 존 테일러의 말. “하이텍주식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2000년 벤처캐피털이 기업공개(IPO)와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만들어낸 가치는 각각 219억달러, 690억달러였다. 2000년에 나스닥은 40% 하락했지만 벤처캐피털은 약 38%의 수익률을 시현했다. 벤처경기가 나빠도 벤처캐피털만한 투자처는 없는 셈이다.”

둘째는 연기금이나 재단기부금 등이 벤처캐피털 쪽으로 투자비율을 늘리고 있다는 점. 예로서 교원연금, 기업연금,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연금펀드들이 벤처캐피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비공개 주식투자 전문펀드들도 벤처캐피털 투자비율을 4%에서 6%로 늘렸다. 이들이 벤처캐피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 내외임을 감안할 때 그 영향은 결정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컬럼니스트 캐럴 에멀트는 ‘좋은 돈’이 ‘나쁜 돈’을 따라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연기금들이 위험이 높은 벤처캐피털로 많이 유입됨에 따라 나타날지도 모를 부작용을 꼬집은 말이다.

선진 정보지식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첨단 하이테크 벤처산업의 육성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벤처캐피털 산업의 육성과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에멀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그 과정에서 파생될지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연기금이나 재단기부금은 국민복지나 공공성 증진을 목표로 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금운용수익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위험도 극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의 연기금이나 재단기부금의 벤처캐피털 투자비율은 2%에서 6% 내외에 불과하다. 좋은 돈과 나쁜 돈의 적절한 배합이 중요하다.

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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