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늘 퇴원해요]인공엉덩관절 수술 박은지씨

  • 입력 2001년 5월 8일 18시 50분


◇"양쪽 엉덩이 함께 수술…통증 사라졌어요"

“희한하네요. 엉덩이 수술을 받았는데 엉덩이 뿐 아니라 무릎까지 씻은 듯 나았어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 537호. 이튿날 퇴원하는 박은지씨(24·여·부산대 시각디자인학과·사진)는 “인공엉덩관절 수술을 받아 지난 1년간 겪은 엉덩이와 무릎 통증에서 벗어난 것은 부모님이 주신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가슴 속으로나마 꽃 한송이씩을 달아드리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씨는 대학시절 과나 동아리 모임에 빠지지 않은 ‘활동파 부산 아가씨’. 그러나 98년 말 갑자기 팔 다리가 부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셨다.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난치병인 ‘루프스’가 찾아온 것이다.

꾸준히 약을 먹은 뒤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99년 12월 집 근처 헬스클럽의 러닝머신에서 달리다 갑자기 오른쪽 엉덩 관절과 다리가 아파왔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려러니 하고 생각했지만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새 병이 생긴 것이다. 넓적다리 뼈 윗 부분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이 부위가 썩는 ‘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 보통 술을 많이 마시는 40∼50대 남성에게 잘 생기지만 박씨는 루프스 치료를 위해 먹었던 ‘스테로이드 제재’ 때문에 새 병이 유발된 것이다.

의사는 엉덩관절을 인공으로 바꾸는 수술을 권했지만 수술은 은근히 겁이 났다. 언니의 말에 따라 단식 생식 등에 의존했고 지난해 여름엔 왼쪽 다리마저 아파왔다. 겨울이 되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걷기 힘든 상태가 됐다.

인터넷사이트를 뒤져 수술할 병원을 찾아 상담을 거듭하다가 결국 이 곳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두 쪽 엉덩이를 한꺼번에 수술받을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지난 2일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다르게 두 다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젠 양쪽 무릎과 엉덩이 관절이 거의 아프지 않다. 박씨는 아직 목발을 짚고 걷지만 통증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저 때문에 고생한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빨리 나아지요. 엄마 아빠 다리 빨리 나아서 그 동안 못 해드렸던 효도 다해 드릴께요.”

◇주치의 한마디-"심한 운동 피하면 관절 20년 거뜬"

‘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는 술을 많이 마시는 40∼50대의 남성이나 장기간 스테로이드제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처음엔 엉덩관절이나 허벅지에 통증이 나타난다. 점점 심해지면 걸을 때 다리를 절게 되며 무릎관절까지 아파진다. 나중엔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된다. 대개의 경우 양쪽 다리에 동시에 온다. 초기에 넓적다리 뼈 부위에 작은 구멍들을 내어 넙다리뼈를 살리기도 하지만 인공관절수술이 현재로는 최선의 치료법이다.

박씨의 경우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수술을 했는데 따로 수술하는 것보다는 입원기간이 20일 정도 줄어들어 시간적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박씨는 550만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을 냈는데 따로 수술했다면 250만원 가량이 더 들었을 것이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본인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심하게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고 일하지 않으면 20년 사용해도 85%∼90%에게서 문제가 없다.

박씨는 수술 뒤 2일 째부터 걷기연습을 했고 10일 지나 퇴원하게 됐다. 이후 한달반 동안 목발로 걷는 운동을 하고 3개월 정도 목발없이 걷기운동을 하게 된다.

3개월 안으로 3% 정도에서 넙다리뼈가 골반에서 삐져나오는 탈구가 일어나므로 이 것만 조심하면 박씨는 정상인과 똑같이 걸을 수 있다.

김 영 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장)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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