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겉면에 씌어있는 암호같은 숫자들. 똑딱이카메라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필름 선택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필름에 대해 한두가지만 알고 상황에 맞춰 필름을 선택하면 같은 카메라, 같은 기술로도 훨씬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자동카메라용 필름은 따로 있을까〓필름통에는 ‘ISO’ 또는 ‘ASA’라는 영문뒤에 100 200 400 800 등의 숫자가 씌어있다. 이 숫자는 빛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감도’라고 불린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감도’이며 어두운 곳에서 적은 빛에도 반응을 한다.
일반적인 자동카메라는 작고 간편하지만 플래시의 광량이 약하고 렌즈의 성능도 고급 카메라보다 떨어진다. 따라서 어두운 장소, 침침한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고감도 필름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자동카메라용’이라고 광고하는 필름들은 ISO 200이나 400의 고감도필름. 어두운 곳이나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찍는 데 적당하지만 감광약품이 많이 발라져 있어 입자가 거칠다는 단점이 있다. 맑은 날 야외에서의 촬영은 ISO 100 이하의 필름이 좋으며 실내나 어두운 날씨라면 ISO 200이나 400이 적당하다.
▽흑백필름은 왜 동네 현상소에서 뽑아주질 않을까〓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려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현상을 해주는 곳이 적을 뿐더러 만만찮은 현상 및 인화 비용에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컬러필름과 달리 흑백필름은 자동화된 현상·인화 기계가 개발돼있지 않아 모두 수작업으로 사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 최근에는 일포드의 흑백필름 ‘XPⅡ’를 쓰면 동네 현상소에서도 손쉽게 흑백사진의 현상과 인화를 할 수 있다.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 노랗게 나오는 이유는〓카페같은 장소에서는 분위기를 위해 노란 기운이 강한 백열등을 사용한다. 이럴 때는 필름의 ISO 숫자 뒤에 ‘T’자가 붙어있는 텅스텐 필름을 쓰면 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필름은 ‘데이라이트용’으로 햇빛 아래에서 컬러가 정상적으로 재현된다.
▽촬영한 필름은 왜 명암(明暗)이 거꾸로 보이나〓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필름은 ‘네거티브(negative)필름’. 이 필름에는 감광약품이 발라져 있어 ‘현상’과정에서 빛을 받은 부분은 약품이 진하게 남고 빛을 못받은 부분은 약품이 떨어져 나가 투명하고 밝게 나타난다.
명암뿐만 아니라 파랑은 노랑으로, 빨강은 초록으로 나타나는 등 색깔도 정반대의 ‘보색’으로 보인다. 정반대로 기록되는 이유는 바로 ‘인화(print)’ 때문. 인화를 위해선 필름에 다시 빛을 주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반전의 반전’을 통해 제 밝기와 색깔이 재현된다.
실물대로 보이는 필름도 있다.
흔히 ‘슬라이드 필름’이라 불리는 ‘리버셜(reversal)필름’이 바로 그것. 정밀한 색상이 요구되는 인쇄물이나 광고사진을 찍는 전문가들, 또는 작품사진을 찍는 ‘하이 아마추어’들이 사용한다.
가격도 비싼 데다 정확한 노출을 줘야만 정확한 색깔을 재현해 내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쓰기엔 껄끄러운 편.
<원대연사진부기자>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