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국-일본 '꿈의 TV' 주도권 싸움 치열

  • 입력 2001년 7월 3일 19시 05분


‘사진 같은 화질’을 자랑하는 일명 벽걸이TV(PDP)와 액정표시장치TV(LCD TV)의 주도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유력 전자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LG전자와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품을 번갈아 개발하며 대형화의 개가를 올리고 있다. 이어 연산 36만대 규모의 대량생산 체제도 갖췄다.

선발주자인 일본업계는 D램 반도체와 박막액정표시화면(TFT-LCD)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제품의 생산을 포기하고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 대형화와 대량생산으로 승부〓세계 PDP 시장은 올해 48만대에서 2005년에는 630만대(약 190억달러) 규모로 급증해 디스플레이의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 20인치대의 모델이 주종을 이루는 LCD TV도 선명한 화질을 무기로 탁상용과 안방용 등에서 인기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LG전자가 98년 세계 최초로 60인치 PDP개발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제품의 대형화와 양산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에 30인치부터 60인치까지의 제품을 일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해 세계 2위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삼성도 천안공장에서 이달부터 월 3만개 수준으로 생산을 시작해 2005년까지 연산 180만대 규모로 증설할 계획. 세계에서 가장 큰 65인치급 PDP 개발에도 성공해 내년 상반기부터 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LG가 4월부터 중동에 40인치 제품을 팔기 시작했고 삼성도 대만 최대의 모니터 업체인 에이서사와 3년간 1억5000만달러 어치의 공급계약을 맺는 등 수출실적도 늘어나고 있다. LCD TV도 일본업체가 가장 먼저 상용화엔 성공했지만 LG전자가 세계 최대 크기인 29인치를 개발한데 이어 20.1인치 제품을 3월부터 판매할 예정.

▽비상걸린 일본〓벽걸이TV의 원조는 일본의 후지쓰와 히타치가 함께 설립한 FHP가 97년 개발한 40인치 제품. FHP는 올 1월 연간 48만대 규모의 양산공장을 만들어 수성에 나섰지만 한국 업체들이 추격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마쓰시타 파이오니아 NEC 등이 양산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제품에서 앞서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양상. 이에 따라 NEC는 최근 TFT-LCD를 중단하는 대신 PDP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도시바도 미국 IBM과 공동 출자한 자국내 TFT-LCD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려면 부품자급률이 60%에 채 미치지 못하는 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기존 TV에 사용되는 브라운관 대신 두 장의 얇은 유리기판 사이에 혼합가스를 채운 뒤 높은 전압을 가해 생기는 이온가스를 방전(플라즈마 현상)시켜 컬러영상을 만드는 차세대 TV. 두께와 무게가 기존 브라운관 TV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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