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더빌트대 심리학과 조앤 바초로프스키 교수는 최근 97명의 젊은 남녀에게 11편의 영화를 보여주고 웃음소리를 조사한 결과 이제까지 생각하던 것과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미국 음향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024번의 웃음소리를 분석했는데 이제까지 웃음소리를 분석한 연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다음은 연구 결과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이다.
▽하하 호호에서 꿀꿀 짹짹까지〓웃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하하 호호’와 같이 모음을 사용하는 웃음뿐 아니라 돼지가 꿀꿀거리는 듯한 소리, 새가 짹짹거리는 소리, 개구리가 울어대는 소리, 침팬지가 숨을 헐떡이는 소리 등 모음이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웃음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크게 보면 하하 호호 같이 목에서 내는 웃음소리와 돼지처럼 코에서 내는 웃음소리, 원숭이처럼 입에서 내는 웃음소리로 구분됐다. 목에서 나는 웃음소리는 높은 음의 노래와 비슷했다.
▽남성은 동물소리, 여성은 소프라노〓남성은 여성보다 코와 입으로 내는 웃음소리가 더 많았다. 반면 여성은 남성보다 노래 같은 웃음소리가 많았다. 남성의 경우 웃음소리는 평소 목소리보다 2.5배 높은 음이었으며 여성은 2배였다. 남성의 웃음소리는 1000㎐ 정도의 진동수를 보여 소프라노의 ‘높은 도’음에 가까웠다. 반면 여성은 2000㎐로 소프라노의 높은 도음보다 한 옥타브가 높았다.
▽분위기 타는 웃음소리〓남성은 성별에 상관없이 아는 사람과 있을 때 더 자주 웃어 사회적 관계가 웃음의 주요한 기준임을 나타냈다. 이와 달리 여성은 친한 남성과 있을 때 더 많이 웃어 사회적 관계와 함께 성도 중요한 기준임을 보였다.
여성은 낯선 남자와 있을 때 보통의 웃음보다 더 높고 음의 변화가 많은 웃음소리를 냈다. 바초로프스키 교수는 이것은 자신을 몸집이 작은, 즉 보다 젊은 여성임을 은연중 나타내 남성의 호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높은 음은 몸집이 작은 사람이 잘 낸다.
▽웃음은 호감 얻기 위한 행동〓바초로프스키 교수는 “웃음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화 과정에서 호감을 나타내는 데는 미소가 먼저 사용됐다. 그러나 미소는 거짓으로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의심을 받게 됐고, 그 자리를 웃음이 대체했다는 것.
실제 인도에서는 낮은 계급의 사람이 높은 계급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소리내 웃지만 그 반대는 웃지 않는다. 이 사실은 일반적으로 권력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한편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다양한 웃음소리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 결과 노래와 비슷한 고음의 웃음소리가 가장 호감 가는 웃음으로 꼽혔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