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이 경영자의 자질문제. MP3 음악파일 관련 업체인 S사를 다니다 퇴직한 A씨(33)는 아직도 사장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온다. 명문대학 박사로 사회경력이 일천한 사장은 기업 경영이나 조직관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기술 개발만 열중… 마케팅 소홀▼
사장은 재무재표에 대한 기본적 개념은 물론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회사의 재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도 몰랐다. 잦은 구조조정과 과도한 업무, 불투명한 비전 때문에 직원들은 결국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A씨는 이런 사장이 나쁜 것은 먼저 배우더라고 말을 이었다. “투자금을 꼭 자기돈처럼 썼죠. 차 바꾸고, 술 마시러 다니고…. 2년만에 투자받은 30억원이 거덜났을 때 보니까 자기 명의로 된 건 하나도 없더군요. 재산을 미리 숨긴 거지요.”
테헤란로의 서울벤처밸리에는 “벤처열풍을 탄 조직폭력배들이 유령회사를 차려 거액을 챙겼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기술개발에만 치중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등한시한 것도 몰락의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넷밸류코리아 황부영(黃富英) 사장은 “벤처 담당자들로부터 ‘우리 기술이 이렇게 좋은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며 “먼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정석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한다.벤처의 마케팅 경시는 상당수의 창업자들이 젊은 기술인력 출신이라는 데 원인이 있다. 이들은 창업 초기 기술력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당장 기술개발이 문제인데다 대기업 출신의 ‘간판 좋은’ 엔지니어를 데려다 놓으면 투자받기도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마케팅 담당자는 ‘수족처럼 부려먹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경력이 짧고 젊은 인력만 뽑는 등 중요성을 무시했다.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헤매기 일쑤였다. 벤처기업인들이 문제를 깨닫고 대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데려왔을 땐 너무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