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오토바이 헬멧 총알도 못뚫어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9분



군인들이 쓰는 방탄모와 오토바이 헬멧의 공통점은? 두 헬멧 모두 총을 맞아도 끄떡없는 방탄 섬유를 겉에 둘렀다는 것이다.

올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브라운아이즈의 뮤직비디오 ‘벌써 1년’을 보면 ‘와호장룡’에 나온 홍콩 배우 장첸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첸은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땅바닥에 몇 번 구르지만 얼굴에 가벼운 상처만 입고는 다음날 권투시합에 나간다. 바로 ‘오토바이 헬멧’ 덕분이다(그렇다고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차도에서는 오토바이가 눈에 많이 띈다. 운전자들은 대부분 헬멧을 쓰고 있지만 모양은 각양 각색이다. 얼굴 전체를 가린 헬멧이 있는가 하면 모자 같은 헬멧도 있고, 심지어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매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쿠터를 타고 동네 골목을 다닌다면 몰라도 차도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오토바이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바이 헬멧은 외관이 강화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중요한 뇌와 다치기 쉬운 턱 부분은 ‘스펙트라’라고 하는 방탄 섬유를 붙였다. 오토바이 헬멧을 만드는 홍진크라운의 한 관계자는 “눈가리개 부분은 공기총을 쏘아도 끄떡없는지 검사한다”며 “헬멧을 최대한 둥글게 만들어 돌도 튕겨 나가고 사고 때 충격을 분산시킨다”고 설명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공사장 안전모를 쓰고 나가는 것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짓이다. 안전모는 오토바이 헬멧보다 훨씬 약한 소재로 만들고 두께도 얇다.

정부는 오토바이에 이어 자전거와 킥보드에 대해서도 헬멧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오토바이 헬멧이 부서지지 않는 헬멧이라면, 자전거 헬멧은 잘 부서지게 만든 헬멧이다.

자전거 선수들이 쓰고 있는 헬멧은 압축 스티로폼 뼈대가 사용자의 머리를 감싸고 있다. 사고가 나면 스티로폼이 천천히 부서지면서 충격 에너지를 줄여준다.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속도가 훨씬 느리기 때문에 사고 때 헬멧을 부서뜨려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스키장에 가면 스노우모빌 헬멧을 쓴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키장에서 가장 성가신 것은 눈가리개에 끼는 성에다. 스노우모빌 헬멧의 눈가리개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열선이 들어 있어 아무리 추운 날에도 성에가 끼지 않는다.

퀵보드를 즐겨 타는 어린이들도 헬멧이 필수다. 자전거용 헬멧이나 스노우모빌 헬멧을 많이 쓴다. 두 헬멧 모두 충격을 완화시켜 주지만, 사고가 나서 머리를 세게 부딪힌 헬멧은 겉이 멀쩡해 보여도 다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충격으로 헬멧 속에 있는 스티로폼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이런 헬멧은 충격 완화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가장 단단한 헬멧은 역시 군인들의 방탄모다. 방탄모의 가장 큰 목적은 총알이 아니라 수류탄이나 폭탄 파편을 막는 것이다. 물론 총알도 가까이서 직각으로 맞지 않는 한 뚫리지 않는다. 첨단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철모를 써온 한국군은 76년부터 특수 나일론 섬유로 만든 방탄모를 썼다. 당시 미국이나 독일은 훨씬 방탄력이 우수한 아라미드 섬유로 방탄모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방탄모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한국형 방탄모는 아라미드 섬유나 그보다 20% 정도 가벼우면서도 방탄 능력이 우수한 폴리에틸렌 섬유로 만들 계획이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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