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글리벡' 약가 줄다리기…환자들 이중고통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만성골수구(球)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개발사인 노바티스사와 보건복지부가 이 약의 국내 공급 가격 및 보험적용 대상 등을 둘러싸고 환자를 볼모로 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최악의 경우 글리벡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건강보험 약값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노바티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500명으로 추정되는 환자와 가족들의 우려가 커가고 있다. 》

▽최근 상황〓스위스 글리벡의 국내 법인인 한국노바티스는 25일 “복지부가 최근 고시한 보험약가 상한액(100㎎ 캡슐당 1만7862원)에 상관없이 당초 제안한 가격(2만5000원)에 글리벡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병의원들은 글리벡에 대한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1정당 2만5000원에 사서 1만7862원에 환자에게 처방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2만5000원에 처방하거나 ‘비보험 항목’으로 처방하면 불법이므로 환자는 약을 처방받을 수 없게 된다.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방침이 건강보험법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노바티스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글리벡을 거래하는 국내 요양기관을 강력 제재키로 했다.

건강보험법 85조는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나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를 부담시킬 경우 해당 요양기관에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과징금 대체 가능)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경과 전망〓노바티스는 그동안 “미국, 스위스 등에서 이미 2만5000원 정도로 약값이 책정돼있는데 한국에서만 기준 약가보다 싸게 팔면 한국에 암시장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보험약가를 2만5000원으로 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그렇게 하면 보험재정에서 부담하는 70%를 제외한 환자본인 부담분인 30%는 제약회사가 부담해 환자가 사실상 무료로 약을 투약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도 함께 내놓았다.

또 보건복지부는 만성 골수구 백혈병의 단계 중 상태가 악화된 가속기, 급성기 환자 등에게만 글리벡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을 방침으로 세운 반면 노바티스는 모든 만성 골수구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을 적용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바티스는 아시아에서 첫 진출지인 한국에서의 보험약가 고시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환자의 비난을 감수하며 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보험 재정이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노바티스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제약회사도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하고 있으며 당분간 ‘저가 약가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에 대해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김동욱(金東煜)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 글리벡을 일찍 처방받을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 보험 적용 확대 폭을 늘리는 대신 약가는 서로 양보해 해결책을 찾는 한편 이에 따른 피해가 환자들에게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철·이성주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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