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다운로드 과정에서 메모리가 손상된 것 같다”는 설명만 듣고 20만원을 주고 회로기판을 바꿔야 했다.
대학생 손모씨(22·여)도 최근 무선인터넷에서 그림파일을 다운받다 휴대전화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다. 배터리를 재결합하자 다시 정상작동했지만 그 후 휴대전화가 자주 먹통이 돼 불편을 겪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늘면서 개인용 컴퓨터(PC)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바이러스 감염현상과 유사한 ‘휴대전화 버그(bug)’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지 않아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버그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많게는 10만∼20만원이나 드는 수리비를 그냥 물면서 휴대전화를 고쳐 쓰고 있다.
▽피해 실태〓휴대전화 버그는 문자가 깨지거나 벨소리가 웅웅거리는 하울링(howling)현상과 동영상 정지 등이 있다.
이동통신회사에는 지난해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능장애에 관한 문의와 신고가 수도권에서만 한 달 평균 011은 650건, 016·018은 400건 이상 접수됐다.
서울 테크노마트 내 S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무선인터넷 관련 버그로 한 달 평균 5, 6건 정도의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고 있다”며 “웬만한 기기이상은 무시해버리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016의 한 관계자는 “신제품이나 업그레이드된 기존 제품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콘텐츠와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휴대전화에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인도 몰라〓기계 결함, 콘텐츠나 송수신 과정의 이상, 프로그램끼리의 충돌(엉킴)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동통신회사들의 공식 입장은 “무선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 때문에 기기이상이 발생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두 건의 버그를 규명하기 위해 기계(휴대전화업체) 통신망(이동통신회사) 프로그램(콘텐츠업체)을 모두 점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휴대전화 버그가 발생했을 경우 단순한 버그라면 휴대전화를 구입할 당시 상태로 초기화하면 되지만 그동안 유료로 다운받은 벨소리 그림 파일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부품을 교체할 경우 AS기간이 끝났을 때는 버그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 비용을 사용자가 몽땅 물어야 한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다운받은 노래제목이 이상하게 나와 휴대전화 수리를 받았다”며 “사용자가 원인도 모른 채 왜 수리비만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