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소음에 지친 당신의 귀 건강하십니까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08분


거리 곳곳의 휴대전화 소리, 공공장소에서 다투는 소리, 도로에서 1분이 멀다하고 울리는 경적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 트럭을 몰고 다니는 상인들이 메가폰을 통해 외치는 소리….

미국 뉴저지에서 살다 최근 귀국한 주부 이모씨(32)는 요즘 정신이 멍하다. 이씨는 조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 ‘정신차릴 수 없이 시끄러운 나라’임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주요 도시 중 23개 도시가 낮 소음기준치(55㏈)를 초과했고 24개 도시가 밤 소음기준치(40㏈)를 넘어섰다.

눈이나 코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만 주변이 온통 소음에 싸여 있는데도 귀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청력은 결정적으로 나빠지기 전에는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경써야 한다.

소음은 귀뿐만 아니라 소화기 뇌 순환기 등 신체 곳곳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좋은 소리는 몸과 마음의 활력소가 된다.

▽좋은 소리와 소음〓전설적 헤비 메탈 록 그룹 레드 제플린의 음악이나 서태지의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좋은 소리가 될 수도,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좋은 소리와 소음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90㏈ 이상 되는 소리를 일정 시간 이상 들으면 귀에 부담이 되며 오래 노출될 경우 듣기세포가 죽어 난청의 원인이 되고 비정상적 신경전류가 흘러 귀울림(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또 일반적으로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사람에게 활력을 주지만 인위적 소리는 같은 세기라도 상당 부분 소음으로 작용한다. 90㏈ 이하의 소리라도 계속 오래되는 무의미한 소리는 인체에 별 해악이 없지만 불쑥불쑥 들리는 소리는 소음으로 작용한다.

또 같은 세기의 소리라도 주파수가 높을수록 사람에게 해로우며 20㎐ 이하의 초저주파 소음도 혈압 상승 등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초저주파 소음은 공장이나 비행장 부근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창문이 떨리는 경우나 가정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서브우퍼 볼륨을 지나치게 크게 했을 때 해당된다.

▽좋은 소리는 보약〓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귀와 마음의 관계에 주목했다. ‘총명(聰明)’은‘귀가 밝고 눈도 밝다’는 뜻, 60세를 뜻하는 이순(耳順)은 ‘귀가 부드러워진다’는 뜻이다. 1998년 홍콩 중원(中文)대 심리학자들은 어릴 때 악기 연주법을 배운 성인은 일반인에 비해 단어기억력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그야말로 ‘귀 밝은 사람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던 것이다.

또 음악이 심신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연구보고는 수없이 많다. 미국에선 70여개 대학에 음악치료 전공 과정이 있으며 5000여명의 음악치료사가 우울증 자폐증 치매 등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다. 수술 출산 화상치료 때 음악을 틀어주면 통증이 누그러진다는 보고도 숱하게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많은 의사들이 수술실 출산실 등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있다.

▽귀를 보호하려면〓가능하면 시끄러운 곳을 피한다. 피치 못할 경우엔 1시간에 10분 정도는 조용한 곳에 가서 귀를 쉬게 한다. 시장통 등 시끄러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약국에서 귓구멍을 틀어막는 귀마개를 사서 끼는 것이 좋다. 군인이나 예비군은 포나 총을 쏠 때 반드시 귀마개를 해야 한다. 특정 약물은 난청을 일으키므로 약을 복용하는 중 갑자기 귀가 안들리면 당장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청력이 어느 정도 떨어진 경증 환자는 감기에 걸렸을 때 비행기 여행을 삼가고 등산, 스킨스쿠버 등 주위 기압이 변화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피한다. 코를 지나치게 세게 풀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도 귀에 좋지 않다.

또 이들 환자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피하고 술 담배 카페인음료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피로가 쌓이면 청신경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난청이 악화되므로 틈나는 대로 피로를 푼다. 당뇨병 고혈압 지질대사이상 등의 병은 듣기신경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원인질환을 제대로 치료 또는 관리해야 한다.

▼소리의 세기에 따른 영향

데시벨(㏈)은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그러나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다.

병원에서 난청도를 정밀 검사할 때는 ㏈HL을 이용한다. 이는 청력이 정상인 20세 남녀가 주파수별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0으로 정한, 주파수별 음의 세기.

반면 ㏈SPL은 주파수에 관계없이 소리의 압력을 절대 수치화한 것이다. 압력에 가중치를 두는 방법에 따라 A, B, C의 세 종류가 있으며 보통 소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A(이하 ㏈로만 표기)이다.

사람에겐 6㏈ 높아질 때마다 소리가 2배씩 크게 들린다. 기준 ㏈보다 12㏈이 높으면 소리는 4배, 18㏈이 높으면 8배 크게 들리는 것.

일반적으로 40㏈을 넘으면 어떤 식으로든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80∼90㏈이면 귀에 무리가 올 수 있다. 90㏈에서 8시간, 95㏈에서 4시간, 100㏈에서 2시간, 110㏈에서 30분 이상 있거나 115㏈ 이상의 소리에 순간적으로 노출되면 청신경이 한꺼번에 망가질 수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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