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벌써부터 초등학교는 무서운 곳이라며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처음 몇 달 동안 고생했는데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조수철교수는 “대부분 아이들은 2∼3주 정도 학교 적응기간을 거치면서 차차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또 소아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불편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력이나 청력 등의 기초적인 건강체크를 반드시 마쳐 등교 이후 학습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취학 아동의 건강관리,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예방 접종〓DT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백신과 소아마비 백신은 아기때 접종을 했더라도 4∼6세땐 항체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므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MMR(홍역 볼거리 풍진)는 생후 12∼15개월에 1차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4∼6세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학교에 ‘2차 홍역 예방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므로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 2000∼2001년 전국적으로 홍역환자가 5만명 이상 발생한 것도 대부분 이 시기에 추가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정해익소아과 원장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는 B형 간염보균자가 많기 때문에 취학 전 아이에게 B형 간염백신을 추가 접종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등교를 거부하는 분리불안증〓유치원과는 달리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고 40분 수업뒤 10분간 휴식 하는 등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 한다. 행동의 구속을 받는 새로운 교육 환경 때문에 누구나 처음 1∼2주 동안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 할 수 있다.
아이가 새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입학할 학교가 정해지면 미리 학교에 아이를 데려가 공부할 교실과 운동장을 함께 둘러본다. 화장실에도 들러 수세식이 아닌 경우 사용방법도 가르쳐줘 화장실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야 한다.
또 아이에게 학교에 있는 동안은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분당 차병원 정신과 육기환교수는 “유치원 때 분리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학교에서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4주 이상 아이의 불안 증세가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가 아이를 집에서 과잉 보호한다거나 혼자다니는 것에 대해 겁을 먹게 해 독립심이 떨어지는 경우 분리불안이 잘 생기며 등교거부의 한 표현으로 복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
영동세브란스병원의 소아정신과 천근아교수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더라도 수업시간에 함께 있어 주거나 방과 후 아이와 같이 학교 교실에서 이야기 하는 등 일단 학교에 데려가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교수는 또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만약 친구나 담임교사와의 문제로 등교거부같은 일이 생길 경우 담임교사와 상담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대비 안과 검진〓시력은 어느 정도며 색을 구별하는데 지장이 없는지 미리 안과에 들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요즘 장시간의 컴퓨터나 비디오게임으로 아이에게 일시적으로 근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가성근시’라고 한다. 그러므로 처음 안경을 맞추기 전에는 반드시 안과에서 약물검사로 가성근시 여부를 살펴본다. 가성근시라면 점안약을 처방받아 치료하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완전 근시면 안경 처방을 받는다.
근시, 난시는 제때 시력교정을 해주지 않으면 정서불안과 함께 만성적인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영구치 이갈기 시점 치과 검사〓취학 전 시간내기가 자유로울 때 치과에서 충치나 잇몸질환 여부를 검사해보는 게 좋다.
특히 취학 전 어린이는 처음으로 어금니나 앞니의 영구치(간니)가 나오는 시기에 해당된다. 만약 이 시기에 어금니 젖니가 빠졌을 때 그냥 방치하면 연세대치대 소아치과 최병재교수는 “어금니 유치가 빠지면 주변 치아가 자리를 이동해와 어금니 영구치가 나오는 공간을 막게되어 부정교합이 잘 발생한다”면서 “치과병원을 찾아 ‘공간유지장치’를 해 주면 부정교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타〓소아 이비인후과에서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 중이염이다. 감기나 홍역을 앓고 난 뒤 중이염이 잘 생긴다. 중이염 때문에 청력에 이상이 생겨 학교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TV를 크게 틀어보거나 가까이 다가 가서 보고 여러번 불렀을 경우 반응이 없는 때는 전문의를 찾아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니가 삐뚤게 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