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도바대학의 심리학 교수 파올라 브레산 박사는 심리학 전문지 '심리과학' 3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자식의 턱이 아버지를 닮아보인다든가 눈이 어머니를 닮아보인다든가 하는 것은 두 사람이 부모와 자식이니까 당연히 닮았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지 실제로 닮은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브레산 박사는 3가지 실험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의 남녀를 대상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진을 각각 두장씩 보여주면서 두 사람간의 관계를 사실대로 또는 거짓말로 부모 자식사이라고 말하거나 전혀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3가지 조건에서 얼굴이 닮았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두 사진의 얼굴이 닮아 보이게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두 얼굴 주인공의 실질적인 유전관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부모 자식간이라고 믿느냐 아니냐였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즉 보는 사람이 부모 자식간이라고 믿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얼굴들이 더 닮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브레산 박사는 이러한 착시현상이 진화론적인 관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회는 아버지가 자식을 기른다는 관념이 강하며 따라서 자식이 실제로는 자기 자식이 아니더라도 일단 자기 자기자식이라고 믿으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아버지에게 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브레산 박사는 지적했다.
이러한 자기기만은 사회에 유익할 수 있다고 브레산 박사는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기자>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