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신경 쓰여 성행위에 집중할 수 없어요. 이제는 아예 ‘생각’이 나지 않아요.”
가정에서의 성행위와 자녀의 눈.
자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다가 부부의 성행위를 들키면 자녀의 정신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고 가족의 화합에도 금이 갈 수 있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너무 신경을 쓰면 부부의 성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이 딜레마는 모든 부부가 겪는 일이지만 누구도 선뜻 얘기하지 않는다.》
사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성행위를 보는 것을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동력(動力)으로 여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원초적 장면(Primal Scene)’이라고 부르며 아이의 무의식을 뒤흔들어놓아 정신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가학(加虐) 및 피학(被虐) 장애 등 성도착증, 발기부전 조루 흥분장애 등 성기능장애, 노이로제 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이 생긴다는 것.
서울성의학클리닉 설현욱 박사는 “원초적 장면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단언하고 “한국에서는 자녀가 클 때까지 가족이 함께 자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이기 때문에 원초적 장면으로 인한 각종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이는 4, 5세가 넘어야 남녀를 어슴푸레 구분하는데 이전에 부모의 성행위를 목격하면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후에 ‘원초적 장면’에 접하면 무의식적으로 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또 부모의 성행위를 목격하거나 ‘엄마의 소리’를 들은 자녀가 부모의 권위를 부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부모가 엄격하거나 권위적일 때 충격을 더 받으며 반항의 정도도 커진다.
그렇다고 부부가 성행위 중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너무 신경을 쓰면 성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성적 흥분은 꼬리뼈 척수의 부교감신경이 흥분돼 이뤄진다. 그러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 허리뼈 척수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성기의 혈관과 근육이 수축되고 이 때문에 발기장애, 흥분장애 등이 생긴다.
또 부부의 성행위가 자연스러운 ‘감정의 스파크’가 일어났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두 잠들거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을 골라 ‘의무적 행위’로 되풀이될 경우 무미건조해지기 쉽다.
대한남성과학회 안태영 회장(서울중앙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특히 자녀의 교육 때문에 다른 식구들과 따로 사는 ‘기러기 아빠’부부나 주말부부 등은 오랜만에 만나서도 아이들 때문에 성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행위를 안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어 속담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Sight, Out of Mind·안 보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부부 간의 성 행위에도 해당된다는 것.
|
‘원초적 장면’에 구애받지 않고도 부부가 정상적으로 성행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우선 아이들이 ‘원초적 장면’에서 벗어나려면 부부가 성행위를 할 때 무조건 문을 걸어 잠가야 한다.
설 박사는 “적어도 3, 4세 이상되는 아이를 옆에 재우면 설사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소리로도 무의식이 영향받을 수 있다”면서 “3, 4세 이후, 늦어도 초등학교 1, 2학년 때까지는 아이들 방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하면 아이들 방에 장난감 비스킷 과일 등을 준비해 놓는 것도 방법. 이때 아이들 방은 부모 방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한다.
만약 부부가 아이에게 성관계를 들켰을 때나 아이가 성에 대해 물을 때에는 성의 긍정적 면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 성행위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이며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부정적 성 이미지를 심지 않으려면 아이가 6, 7세가 되면 함께 목욕을 해서도 안되며 자녀 앞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녀서도 안된다.
자녀에게 신경이 쓰여 발기 또는 흥분이 안된다면 우선 이 문제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식하고 조급증을 내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계속 문제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비아그라 유프리마 등 약물이나 주사 처방을 받도록 한다.
자녀가 밤늦게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중년 부부의 위기’를 부채질한다. 이 때에는 러브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이다. 자녀 때문에 부부가 서로 멀리하면 결국 성기능장애가 오기 쉽다. 물을 푸지 않는 우물은 결국 폐허가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