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의 지난해 국내외 TFT-LCD 판매액이 52억36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수출물량이어서 향후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찾는데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의 디스플레이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은 중대형 TFT-LCD시장에 1843만2100대를 출하해 세계 전체시장 출하량(4539만9200대)의 40.6%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의 2000년 시장 점유율은 37.1%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 최고의 TFT-LCD 생산업체가 됐으며 LG필립스LCD도 2위로 17.1%를 차지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자회사인 하이디스도 3.4%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한국은 LCD 최강국이었던 일본을 지난해 4·4분기(10∼12월)에 분기 기준으로 처음 제친 데 이어 연간기준에서도 최초로 일본을 앞섰다. 2000년까지 시장점유율 51.9%로 1위를 지켜오던 일본은 지난해 점유율이 36.6%로 떨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반면 대만은 2000년 10.9%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지난해 22.7%까지 치솟으면서 강력한 경쟁국가로 떠올랐다.
한국이 이처럼 TFT-LCD 시장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것은 한국의 모니터용 LCD 판매가 2000년에 비해 약 219% 증가하면서 TFT-LCD 산업전체가 62.2%나 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특히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를 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책임연구원은 “국내업체가 대형 패널 생산에 적합한 4세대 TFT-LCD 설비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온 반면 일본 업체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휴대전화용 LCD 부문에 주력해 양국간 격차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崔錫布)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삼성과 LG필립스를 제외하고는 5세대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올해 수출 물량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TFT-LCD란▼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hin Film Transistor-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자. 개인용 컴퓨터(PC),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 게임기, 캠코더 등에 쓰이는 고화질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기존 브라운관(CRT)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