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립대의 김용옥 박사와 서울대 이은주 교수(생명과학부)는 귀화식물이 다른 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제초제를 토종 식물보다 2배 이상 많이 내뿜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생태학지에 실렸다.
식물은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자신에게 해로운 미생물이나 경쟁 식물을 괴롭히기 위해 스스로 천연 제초제를 만든다. 이를 ‘타감 작용’이라고 한다. 천연 제초제는 잎에서 만들어진 뒤 비에 섞여 주위에 있는 흙에 침착된다.
연구팀이 각각 9종의 토종 식물과 귀화식물에서 천연 제초제의 원료로 쓰이는 페놀계 화합물을 추출한 결과, 토종식물에서 나온 페놀계 화합물은 평균 261.4㎎/L이었으나 귀화식물은 2.6배인 평균 678.0㎎/L에 달했다.
또 실제 항균 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귀화식물과 토종식물에서 나온 추출물을 토양 미생물에 뿌리자 귀화식물 추출액을 넣은 쪽의 미생물이 토종식물보다 2배 이상 많이 죽었다. 귀화식물에서 나온 천연 제초제가 더 강력하거나 양이 많은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넓게 퍼진 귀화식물중 하나인 돼지풀이 미생물을 가장 잘 죽여 귀화식물이 천연 제초제를 강력한 생존무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이 실제로 귀화식물에서 나온 추출물을 토종식물에 뿌리자 토종식물의 성장이 나빠졌으며, 죽는 일도 많았다.
이 교수는 “귀화식물이 천연제초제를 이용해 다른 식물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 토양 미생물을 죽여 토양을 척박하게 하고 산성으로 만든다”며 “귀화식물이 산성 토양에서 토종식물보다 더 잘 자라기 때문에 토종을 몰아내고 지금처럼 도시 근교를 점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