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은 같은 것으로 치료한다’는 기본원리를 활용하는 동종요법은 현재 세계 5억 인구가 이용하는 대체요법. 일부 동종요법 치료약은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약효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에선 개업의사 중 4분의 3이 서양의학과 동종요법을 병행해 치료하고 있으고 프랑스에선 의사의 40%가 동종요법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의 정부는 ‘동종요법’에 의한 치료비를 의료보험으로 인정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가천의대 길병원과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2곳이 동종요법 클리닉을 개설했고 일부 개업의가 진료에 이용하고 있는 정도로 ‘시작 단계’다.
▽동종요법의 원리〓동종요법의 영어 ‘homeopathy’는 그리스어 ‘homoios’(비슷한)와 ‘pathos’(괴로움)를 합친 말. 환자의 괴로운 상태와 ‘비슷한 괴로움’를 인위적으로 유발해 우리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가동시켜 병을 치유하는 것.
이는 서양의학에서 현재 인정하고 있는 결핵, 홍역 등의 예방접종 원리와 비슷하다. 즉 결핵의 경우 백신으로 소량의 결핵균을 인체에 투여하면 인체는 자가면역능력이 형성돼 결핵균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며 진짜 결핵균이 침입했을 때 인체는 결핵균에 저항한다.
‘동종요법과 체질의학’의 저자 조황성(전 사상체질 의학회 회장) 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서 열이 있는 환자는 열로 치료하는 반치(反治)라는 치료원리와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약을 달리한다는 치료원리가 있는데 이것이 동종요법의 원리와 비슷하다”며 “동종요법은 서양의학의 진단법과 동양의학의 치료철학, 두 가지의 장점을 접목시킨 치료법”이라고 소개했다.
▽동종요법에 사용되는 치료제〓할미꽃 측백나무 꿀벌 오징어 소금 철 금 은 등 식물이나 광물 원료를 이용한다. 치료제는 자연 원료의 원액을 수만 수천만번 이상 희석한 다음 아주 강하게 흔들어섞어주는 ‘진탕’이라는 특수과정을 통해 제조된다.
동종요법 클리닉을 열고 있는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심장내과 이성재교수는 “약을 희석하면 희석할수록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지는데 동종요법의 치료제가 한약이나 생약과 다른 점은 바로 이렇게 희석하며 진탕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지과 식물에서 추출한 ‘벨라도나’를 인체에 상당량 투여하면 후두염 각막염 등이 생긴다. 그러나 같은 성분을 수만번 희석하고 진탕해 극소량을 사용하면 벨라도나의 분자나 정보만 인체에 전달되고 이에 따라 환자에게 증상에 대한 자가면역을 깨우쳐줘 후두염이나 각막염을 치료하게 되는 것.
동종요법에 사용되는 300여종의 치료제는 FDA가 시판 허가를 내 준 것으로 부작용이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동종요법이 발달된 유럽에는 등록된 약품만 1500여 종에 이른다.
▽치료 방법〓동종요법에서는 환자에 따라 같은 병(病)이라도 다른 종류의 약을 처방한다. 똑같은 감기 환자라도 추위를 잘 타서 창문을 꼭꼭 닫으려는 사람과 덥고 답답하다고 창문을 열어 제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환자의 성격 감정 취미 체질에 따라 동종요법 처방이 달라진다. 환자가 동종요법 클리닉에 처음 방문하면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받아적는 등의 면담을 1시간30분∼2시간 정도 갖는다. 환자의 다양한 성격을 의사가 판단해 이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한다.
▼동종요법 약품의 효과와 대상환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종요법 약품 | 효과가 있는 질환 | 대상 환자 |
아우름 메탈리쿰(금) | 고혈압 | 명예욕이 강하고 쉽게 감정이 상하는 사람 |
선인장의 일종 (중남미의 밤의 왕비 꽃) | 협심증 | 왼쪽으로 누울 때 통증이 더욱 심하거나 밤에 증상이 더 심한 사람 |
알리움 세파(붉은 양파) |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눈물, 콧물이 나오며 눈이 붓는 증상있는 사람 |
인(燐) | 암질환 환자의 보조요법 | 외향적이며 모든 관심의 중심이 되길 좋아하는 사람 |
룩스 톡스 (옻나무과 식물) | 외상 |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활동적인 사람 |
▽한계점〓환자의 체질을 중시하며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자극하는 자연 치료제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서양의학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준.
병이 진행된 사람에게는 수술 뒤 재발을 예방하거나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데 동종요법이 사용되며 완치를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도 통증을 없애는데 주로 사용된다.
이교수는 “젊은 사람에 비해 자연치유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령환자는 동종요법에 의한 치료효과가 적다”며 “보완 대체의학의 한 종류이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2000년 독일서 개발…한국은 '걸음마'
동종요법은 200년 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사뮤엘 하네만이라는 의사가 만들어 당시 유럽 대륙에 발생한 전염병(발진티프스, 콜레라)을 치료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지금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보급돼 있다. 동종요법을 대중화 시킨 나라는 유럽과 남미 인도. 독일이나 프랑스를 여행하다보면 동종요법 약을 팔고 있는 약국이 많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의 김영구교수는 “유럽에서 이처럼 동종요법을 국가에서 장려하는 이유는 극미량의 약을 사용해 약가가 매우 저렴하며 고가의 의료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멕시코, 남미인도나 남미 각 국의 정부도 동종요법을 적극 장려한다. 동종요법을 도입한지 50년 정도 역사를 가진 인도는 5년반 코스인 수백개의 동종요법의과대학이 생길 정도며 현재 10만명의 동종요법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
독일에선 동종요법의사협회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2∼3년 코스로 교육을 시키며 일본도 지난해 50여명의 의사들이 모여 동종요법학회를 만들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종요법 클리닉이 개설된 한국은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과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동종요법 클리닉이 개설돼 있다. 차병원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4개월 과정의 동종요법 교육을 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에서는 6월부터 일주일에 2번 3개월 코스로 의사나 한의사를 대상으로 동종요법을 가르친다.
▼동종요법으로 치료가능한 질환▼
질환 분류 | 해당 질환 |
기능적인 이상 | 소화불량, 만성 피로, 과민대장 증후군, 월경통 |
장기간 약을 복용할 때 | 알레르기, 만성 두통, 만성 관절염, 만성 피부 질환 |
심리적인 문제 | 불안 우울 강박신경증 공황장애 |
소아의 문제 | 잦은 감기, 배앓이, 주의력 결핍, 학습장애 |
특별히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을 때 | 바이러스 질환, 자가면역 질환, 만성 염증 질환 |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