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물 치료' 받아보세요

  • 입력 2002년 3월 31일 18시 36분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선 한 소녀가 비바람을 이겨낸 담쟁이덩굴 잎을 보고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물론 소설 속의 담쟁이덩굴 잎은 이웃집 화가가 그녀를 위해 그린 가짜. 하지만 이 이야기는 ‘생명’은 ‘생명’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식목일에는 나무 한 그루를 심고 나무를 통해 원예치료를 경험해 보자. 원예치료란 꽃이나 나무를 기르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모든 치료법을 일컫는다. 원래는 장애인과 노인, 정신 질환자를 위한 것. 이미 서울중앙병원 등 종합병원 정신과와 재활의학과, 노인복지관 등에서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치매노인의 우울증 해소와 지체장애인의 재활에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도 ‘간접적인 원예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식물을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건강이 좋아지고 마음까지 편해지기 때문.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식물을 실내에 두면 여름에는 실내온도를 약 2,3도 낮춰주고 겨울에는 2,3도를 높여준다. 잎이 많은 녹색식물인 관엽식물을 배치한 실내의 습도는 60% 정도다. 봄에는 관엽식물을 창가에 일렬로 배치하면 습도가 26% 상승하고 실내에 흩어 놓으면 12% 상승한다.

실내의 습도가 최적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지표식물은 아디안툼이다. 아디안툼의 잎과 줄기가 마르지 않고 잘 자란다면 실내습도가 최적의 상태인 것.

아디안톰

▽실내오염물질 제거〓대기오염 때문에 실내에도 약 300여 종류의 휘발성 유기물질이 있으며 이중 대부분이 독성을 지니고 있고 심지어는 발암물질도 있다. 그 결과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은 어지럽거나 어깨와 목에 통증을 느끼는‘병든 빌딩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을 앓고 있는 실정.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실내에 식물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실내오염을 제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밀폐된 공간에 접란을 놓았더니 6시간만에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37ppm에서 8ppm으로 감소시켰다. 황야자 대나무야자 잉글리시아이비 스파티필름 포트멈 등은 베스트 실내 식물. 실내 용적의 3∼10% 정도로 배치한다.

▽전자파 제거〓컴퓨터 모니터를 하루종일 쳐다보는 직장인 중 ‘영상 단말기(VDT·Visual Display Terminal)증후군’으로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무겁다는 사람이 많다. 주범은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 전자파는 암과 백혈병, 기형아 출산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국대 원예과학과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1m 이상의 잎이 많은 관엽식물을 이용해 모니터 보안기에 부착된 접지선을 화분의 흙 속에 접지할 때 전자파를 60∼8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컴퓨터 주위에 놓는 작은 화분으로는 효과가 없고 선인장이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즈메리

▽심리적인 효과〓식물을 보기만 해도 뇌가 안정될 때 나오는 알파파가 증가하고 뇌질환과 관련된 델타파는 감소한다. 또 뇌에서 사고와 기억을 주관하는 부분이 활발히 움직인다. 건국대 원예과학과의 관엽식물에 대한 인상평가 결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식물로 파키라가 으뜸으로 꼽혔으며 스킨답서스 골든크리스트 벤저민 고무나무 등도 선호대상.

▽향기별 효과〓‘아로마테라피’ 즉 향기치료는 널리 알려진 대체의학의 한 분야다. 치료를 위해서는 식물에서 뽑아낸 오일을 이용하지만 식물을 기르면서 향기를 맡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라벤더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로즈메리는 뇌기능을 촉진해 학생들의 공부방에 놓으면 집중력을 강화시켜준다.

(도움말〓건국대 원예과학과 손기철 교수)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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