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원장은 ‘학제간 협동’을 ‘KAIST 비전 2010’의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는 “20세기에는 학문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면서 서로 충돌했으나, 학문 간의 융합은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이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으로부터 300억원의 기부금을 받아내 바이오시스템학과를 2일 출범시켰다.
이 학과는 바이오와 정보를 융합한 바이오인포매틱스, 바이오와 전자를 융합한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바이오와 미소기계를 융합시킨 바이오멤스 분야를 연구한다. 이미 과기원은 ‘의과학’ ‘고분자학’ ‘환경공학’ 등 3개의 새로운 협동과정을 만들었고, 기술과 경영을 통합한 테크노경영대학원도 운영 중이다.
홍 원장 자신도 퓨전의 성공사례이다. 그의 전공은 항공우주공학이지만 광센서 기술을 융합해 비행기의 균열을 감지하는 안전진단시스템을 개발한 것. 홍 원장은 “가정에서 야구 방망이를 슬쩍 숨겨놓고 방범용으로 사용하듯, 21세기에는 과학기술자도 다른 분야의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손욱 원장의 구호는 ‘퓨전 & 시너지’이다. 기술, 조직, 기업은 물론 국경을 뛰어넘어 ‘한중일 간의 기술 퓨전’도 시도하고 있다. 무한 기술 경쟁 시대에서 생존 여부는 기술 혁신의 스피드에 달려있고, 퓨전이 곧 가속 페달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삼성종합기술원은 BT IT NT를 접목한 바이오인포매틱스, 바이오멤스, 탄소나노튜브 등의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빔밥이나 구절판처럼 섞어서 먹는 음식문화가 몸에 밴 한국인은 기술의 퓨전에도 강하다.” 손 원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