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7일까지 일어난 산불은 모두 443차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나 늘어났다. 지난 주말에 내린 비도 황사 바람에 다 말라버려 다시 전국 산림에 산불 경고가 내려졌다. 이 산불을 잡기 위해 한 베테랑 헬기 조종사가 최근 대형 ‘물바구니 풍선’을 개발했다.
“헬기는 밤에는 산불을 끌 수 없고, 낙엽층에 숨어 있는 뒷불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진화 대원들이 직접 해야 하는데 산 위에서 물을 구하기가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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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개발한 물바구니는 보통 때는 배낭만 하다. 그러나 풍선처럼 공기를 불어넣으면 2톤의 물이 들어가는 욕조 모양으로 부푼다. 이 정도면 밤에 능선 하나의 산불을 잡을 수 있다. 바구니는 군용 보트에 쓰이는 고무로 만들어 험한 산 속에서도 여간해서는 찢어지지 않는다. 헬기에서 물을 발사해 1분10초면 물이 가득 찬다.
물바구니는 진화대원들이 낙엽층 밑에 남아 있는 뒷불을 끌 때도 효과적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물을 지고 올라가거나 갈퀴로 흙을 긁어 잔불을 덮었다. 그러나 뒷불이 제대로 꺼지지 않을 때가 많았고, 결국 다 꺼진 듯했던 산불이 초대형 산불로 번지기도 했다.
“사실 바구니를 만드는 것보다 헬기에서 바구니에 정확히 물을 넣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헬기는 회전날개가 돌며 바람을 일으킨다. 물을 정확히 수직으로 빠르게 바구니에 넣지 못하면 물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호스를 쓰는 것도 위험했다. 호스가 나뭇가지에 감기면 헬기가 추락할 수 있었다.
이 실장은 위성을 이용해 바구니의 위치를 헬기에 알려줄 수 있는 전자장치도 개발했다. 헬기에는 센서를 달아 조종사가 풍선 바구니의 위치를 보며 헬기를 조종할 수 있다. 또 전국에 있는 모터를 이 잡듯 뒤져 LG상사의 헬기 기술자들과 함께 1인승 항공기 엔진을 물대포 모터로 개량했다.
산림자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이 실장은 ‘개발’이 전공이 아니었다. 그러나 산불을 과학으로 잡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이 장치에 매달렸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렸지만 일이 끝나고 밤늦게 홀로 회사에 남아 기계를 뚝딱거렸다. 그는 일부러 고층 아파트로 이사해 높은 곳에서 물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곤 했다. 이 때는 경비실에 막걸리에 안주를 들고 가 경비원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진화 대원들은 산불 속에서 죽을 고생을 합니다. 산불도 산불이지만 그들이 바구니에 담긴 물로 목 한 모금 축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